리더와 멤버, 그리고 각자의 선택에 대하여
“멤버들이 하는 게 내 맘 같지 않다.”
관리자나 대표들을 만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터져 나오는 한탄이다.
술자리에서든 회의실에서든, 그들의 고충은 늘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나는 어떻게든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가려고 발버둥 치는데,
저들은 도무지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원망이다.
“요만큼만 더 해주면 좋겠는데, 딱 거기까지만 하고 멈춘다.”
“이 고비만 넘기면 다 같이 웃을 수 있는데, 왜 그걸 못 버틸까.”
리더의 눈에는 뻔히 보이는 결승선이
멤버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직원들이 내 맘 같지 않은 게 왜 이상한 일인가.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 건 아닐까.
원래 그렇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다.
내 맘 같길 바라는 것 자체가 리더의 거대한 욕심이다.
리더는 인생을 걸지만, 멤버는 시간을 판다.
출발선이 다르고, 실패했을 때 짊어져야 할 리스크의 무게가 다르다.
리더가 흔히 착각하는 건,
자기가 보는 ‘미래의 보상’이 이미 멤버들의 급여 명세서에도
찍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비대칭성을 무시한 채
“왜 나만큼 절실하지 않느냐”고 묻는 건,
상대에게 내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기서 누군가는 묻는다.
“그럼 보상이 확실하면 내 맘 같아질까?”
사실 현실은 더 팍팍하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제대로 된 보상 체계가 없고,
있다 해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과는 터무니없는 차이가 난다.
이런 구조 앞에 서면,
결국 선택은 개인에게로 넘어온다.
더 하지 않기로 멈출 수도 있고,
보상이 없다는 이유로 마음을 거둘 수도 있다.
그 선택 자체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 역시 그런 환경 안에 있었다.
대표도 아니었고, 특별한 보상이 약속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 할 일을 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의 길을 갔고,
세상이 알아주든 아니든 나의 기본을 지켰다.
기본을 지킨다는 건,
보상이 없을 때조차
나 자신을 값싸게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아무 보상도 없었다.
다만 스스로에 대한 신뢰,
‘적어도 나는 나를 속이지 않았다’는
마음의 보상만 남았다.
그리고 아주 가끔,
그 마음의 보상이 뒤늦게
물질의 보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하지만 그 순서가 거꾸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보상을 받고 싶나?
그건 줄 사람이 줄 마음이 있을 때 받는 거다.
내가 기대한다고 해서 억지로 끌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보상은 성과의 결과가 아니라,
관계의 부산물에 가깝다.
아는 분 중에
대기업을 퇴직하고 점원으로 취업한 분이 있었다.
그런데 출근한 지 2주 만에 사장이 차를 사주더니,
두 달도 안 되어 아파트까지 사주더란다.
“너 같은 사람을 이제야 만나다니”라는 말과 함께.
나중에 그 사장은 은퇴하며 가게를 그분에게 넘겼고,
그 가게는 엄청나게 번창했다.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이런 복은 평생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일이다.
직원으로서 이런 사장을 만나길 기대해서도 안 되고,
사장으로서 이만큼 퍼주겠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기대는
“잘하면 언젠가 알아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적 같은 보상을 약속할 수 없다면,
적어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은 닦아놓아야 한다.
무작정 “나를 따르라”고 외칠 게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거리감’이다.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먼 미래의 환상만 보여주면
사람들은 금방 지친다.
사람들은 목적지가 아니라,
다음 발을 디딜 수 있을 때 움직인다.
마치 징검다리를 놓듯
한 칸 한 칸 밟고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단기 목표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널 때마다
아주 작더라도
실질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결국 남의 마음을 움직여
내 목표에 동참시키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리더가 “왜 내 맘 같지 않냐”고 징징거리는 건,
멤버들에게 이 일이 왜 ‘너의 일’이 되어야 하는지
설득하지 못했다는
리더로서의 직무유기 고백일 뿐이다.
이건 리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멤버 역시 선택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디까지 할 것인지,
어떤 태도로 시간을 팔 것인지 말이다.
이 선택의 끝이 어디로 가는지는
사실 아직 나도 모른다.
이 결과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나중에 결론이 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
나는 가끔 꿈만 같은 꿈을 꾼다.
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회사.
처우가 좋아서 사람들이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회사.
퇴근길에 가족들에게
어깨 펴고 들어갈 수 있는 회사.
직원의 집안 대소사를
형식이 아니라 마음과 물질로 챙기는 조직.
누군가는 퍼주다 망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퍼주고도
더 크게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건 단지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게 아니면 결국
사람도, 조직도 남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을 탓하며
시간을 버리지 말자.
내가 더 뛰거나,
그들이 뛸 수 있는 판을 짜거나.
선택지는 이 두 가지뿐이다.
내 맘 같지 않은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하자.
억울해할 것도, 화낼 것도 없다.
그 결핍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는 것.
거기서부터 진짜 경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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