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다가

한계에 대해서

by 데브 마인드


나는 운동을 잘 못한다.


늘 머리로 먼저 시뮬레이션을 하고,

그것을 몸으로 실행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정작 몸을 쓰는 일에는 약했다.


그러다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어렵지 않았다.

“그냥 슬슬 뛰면 된다”는 말에

정말 슬슬 뛰었더니,

생각보다 잘 뛰어졌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고, 논문도 찾아봤다.

나름의 체계를 만들고 적용하며 끊임없이 고쳐나갔다.


첫 번째 벽, 여의도 한 바퀴


천천히 뛰면 가능했다.

하지만 조금 더 빨리 뛰고 싶다는 욕심이 화근이었다.


절반쯤 가니 따릉이가 간절해졌다.

한 번 따릉이를 떠올리자,

조금만 힘들어도 머릿속에서 계속 “따릉이, 따릉이”를 외치고 있었다.

다리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멈추고 있었다.

결국 3/4 지점에서 그대로 멈췄다.

패잔병처럼 고개를 숙이고 따릉이 거치대로 향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타고 가면서도 괜히 울분이 치밀었다.

“다시는 안 탄다.”


그런데 이게 한 번이 아니었다.

같은 지점에서,

같은 생각이 올라왔고,

같은 선택을 했다.

힘든 건 다리였지만, 포기한 건 마음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걸어서라도 끝까지 가자는 마음에

3/4 지점에서 걸어갔다.

걷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한 끝에

결국 한 바퀴를 돌았다.

고작 8km.

남들에겐 별것 아닐지 모르나,

내게는 몇 달이 걸린 쉽지 않은 숙제였다.


두 번째 벽, 채우지 못한 인터벌


가로등 다섯 개를 전력으로 뛰고

두세 개를 천천히 뛰면서 쉬는 루틴을

다섯 번 반복하는 것.

처음엔 두 번에서 멈췄다.

다음엔 세 번에서 멈췄다.


너무 힘들었다.

다리는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숨은 턱끝까지 차올랐다.

시야가 좁아지고,

머리가 멍해졌다.

그만두면 편해질 걸 알기에 더 괴로웠다.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그나마 위안은 있었다.

다음 인터벌은 그 전보다는 조금 나았다.

처음 두 번에서 멈췄다면,

그다음엔 세 번까지는 갔다.

몸은 조금씩 적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다섯 번을 다 채우지는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기록보다 ‘그만두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인터벌을 포기했지만,

달리기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한계는 한 번에 넘는 게 아니다


이상하게도 그 뒤로 10km도,

하프 코스도 딱히 막히지 않았다.

인터벌은 끝내 완주하지 못했지만,

어딘가에서는 이미 조금 더 단단해져 있었다.


사람에게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한계는

대부분 심리적인 것이었다.

물론 육체적 한계도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를 먼저 멈추게 하는 건

거의 항상 마음이었다.


한 번 멈춰본 지점은

다음에도 비슷한 얼굴로 찾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습관처럼

그 지점에서 같은 선택을 한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 선을 넘어본 경험은 다르다.

속도를 줄여서라도,

모양 빠지게라도,

끝까지 가본 기억은 남는다.


한계에 한 번 부딪히고 나면

그다음은 조금 낫다.

또 그다음은 더 낫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 선을 훌쩍 넘어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좌절한다.

그런데도 다시 슬쩍 해보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져 있다.


부딪히고,


밀리고,


다시 간다.


해봐라.


결국 넘어간다.



#달리기

#한계

#여의도러닝

#인터벌

#성장기록

#심리적한계

#꾸준함

#자기경험

#이개발자의사고방식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8화군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