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달리기 #12] 하프를 달리는 법 I

하프를 달리는 정석적인 방법

by 데브 마인드

이번부터는 하프를 주제로 몇 편 이어가보려 합니다.


5K, 10K를 지나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제는 단순히 더 빨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더 멀리 가는 쪽도 슬슬 욕심이 나기 시작할 때지요.


그러다 보면 한 번쯤 떠오릅니다.


하프도 되나?


됩니다.

막연히 겁먹을 거리도 아니에요.

다만 한 번에 되지는 않습니다.


하프는 갑자기 들이받는 거리가 아닙니다.

조금씩 익혀가면 되는 거리예요.

몸에게 "이만큼도 가보고, 저만큼도 가봤다"를 알려주다 보면,

어느 순간 21km가 막연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거리로 느껴집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가장 정석적인 방법,

가장 무난하고, 가장 덜 무리하고,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프 준비의 중심은 LSD입니다.


LSD란 무엇인가


LSD는 Long Slow Distance의 약자입니다.

길게, 천천히, 거리를 가져가는 훈련이라는 뜻이에요.


말 그대로입니다.


길게 가는 훈련이지,

빠르게 가는 훈련이 아닙니다.


천천히 갑니다.

조금 심심할 수도 있어요.

달리면서 "이렇게 느려도 되나?" 싶은 날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게 중요합니다.


하프를 준비할 때 필요한 것은

순간적으로 몰아붙이는 힘보다,

오래 움직여도 무너지지 않는 몸이거든요.


LSD는 그 몸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몰아세우는 훈련이 아니고,

다리가 터질 것처럼 밀어붙이는 훈련도 아닙니다.

오히려 조금 여유 있게,

조금 느긋하게,

대신 길게 가보는 훈련이에요.


그렇게 해야 몸이 배웁니다.


"아, 이 정도 시간은 움직일 수 있구나."
"아, 이 정도 거리는 버티는 게 아니라 가는 거구나."


하프는 그렇게 배우는 겁니다.


왜 하프는 LSD로 준비하나


하프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길게 오래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일입니다.


5K는 어느 정도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10K도 아직은 기세로 버티는 구간이 좀 있어요.

그런데 하프쯤 되면 그게 잘 안 통합니다.


초반에 기분 좋다고 조금 들뜨면,

뒤에서 그대로 되돌아옵니다.

10km까지는 괜찮은데,

15km쯤부터 다리가 말을 안 듣기 시작하고,

17km쯤 되면 "이게 갑자기 왜 이렇게 멀지?" 싶어져요.


그래서 하프는

빨리 뛰는 연습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길게 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LSD를 하면 다리가 긴 시간 반복되는 움직임에 익숙해지고,

호흡도 오래 이어지는 흐름을 배우고,

무엇보다 거리 자체가 덜 낯설어집니다.


이게 큽니다.


하프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몸이 약해서만이 아니라,

그 거리가 낯설기 때문이거든요.


가보지 않은 거리는 늘 멉니다.

하지만 몇 번 가본 거리는 생각보다 안 무섭습니다.


그래서 하프 준비의 정석은

빠른 훈련 한 번보다,

긴 훈련 한 번이에요.


거리는 어떻게 늘리면 되나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겁니다.


하프라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21km를 뛰어보는 식으로 가면 안 됩니다.

그건 도전이 아니라 무리예요.


대신 조금씩 넓혀가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요.


12km → 14km → 16km → 18km → 20km


이렇게 천천히요.


매주 무조건 늘릴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중간에 한 번씩 쉬운 주간을 넣는 편이 더 낫습니다.


예를 들어 16km까지 갔다면,

그다음 주는 12~14km 정도로 조금 편하게 다녀오고,

그 다음에 다시 18km를 가는 식입니다.


몸이 따라오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금방 익숙해지고,

누군가는 좀 더 오래 걸려요.


그런데 그건 문제 아닙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늘리는 것이 아니라

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입니다.


거리를 조금씩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 10km는 짧아지고,

15km도 그렇게 낯설지 않고,

하프도 "못 갈 거리"가 아니라 "이제 갈 만한 거리"가 됩니다.


이게 정석이에요.


왜 23~25km까지 가보면 좋나


이상적으로는 하프를 준비하면서

23~25km 정도를 한두 번 경험해보면 좋습니다.


물론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25km를 찍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몸이 잘 적응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하프보다 조금 더 길게 가보는 경험은 꽤 든든합니다.


왜냐하면 심리가 달라지거든요.


하프가 처음인 사람에게 21km는 깁니다.

아주 깁니다.

그런데 23km, 24km를 한 번 해본 사람에게는

하프가 갑자기 짧아 보여요.


"그 거리? 가본 건데요."


이 느낌이 생깁니다.


그리고 후반 피로를 미리 겪어볼 수 있다는 점도 큽니다.


어느 지점부터 다리가 무거워지는지,

호흡은 괜찮은데 하체가 먼저 죽는지,

물은 어느 정도 필요하고,

어떤 속도로 가야 덜 무너지는지.


이런 걸 책으로 아는 것과

몸으로 한 번 겪어본 것은 다릅니다.


대회 당일에는 그 차이가 꽤 커요.


다만 다시 말하지만,

18~20km 정도까지 안정적으로 경험해도 하프 도전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23~25km는 있으면 더 좋다는 쪽이지, 없으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LSD는 어떻게 뛰어야 하나


이건 어렵지 않습니다.


천천히, 편하게, 욕심 없이.


이 세 가지면 됩니다.


너무 빠르면 LSD가 아닙니다.

그냥 긴 거리에서 고생하는 날이 돼버려요.


LSD를 할 때는

"이렇게 느려도 되나?" 싶을 정도여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게 맞을 때가 많아요.


말이 완전히 끊기지 않을 정도,

호흡이 너무 거칠어지지 않을 정도,

끝나고 나서 완전히 퍼지지 않을 정도.

그 정도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날 기록이 아닙니다.

몇 분 페이스로 달렸는지가 본질이 아니에요.


핵심은

몸이 긴 시간을 움직이는 데 익숙해졌느냐입니다.


긴 거리 훈련에서 속도를 참는 것도 실력입니다.

잘 참아야, 더 멀리 갑니다.


주간 훈련은 이렇게 두면 됩니다


매번 길게만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지칩니다.


구성은 단순한 편이 좋아요.


image.png


여기서 제일 중요한 날은

제일 세게 뛰는 날이 아닙니다.


제일 길게 뛰는 날이에요.


하프 준비 시기에는 강한 인터벌로 몰아붙이기보다,

지속주와 회복주, LSD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쪽이 더 낫습니다.


지금은 더 빨라지는 시기가 아니라,

더 멀리 갈 수 있게 몸을 만드는 시기니까요.


이 정도 해두면 하프가 보입니다


하프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는지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략 이 정도면 됩니다.


✓ 10km를 무리 없이 달릴 수 있고

✓ 16~18km 정도의 LSD를 경험해봤고

✓ 긴 거리 훈련 뒤 회복도 어느 정도 감당이 된다


이 정도면 하프 완주는 충분히 현실적인 목표가 됩니다.


그리고 20km 전후까지 가본 경험이 있으면

훨씬 편안해집니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지요.


23~25km까지 한두 번 경험했다면 더 좋고요.


하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기준은 이것입니다.


몸이 긴 거리를 덜 두려워하게 되었는가.


그렇다면 이미 반은 온 겁니다.


하프는 멀어 보입니다.

처음엔 다 그렇지요.


그런데 조금씩 길게 가보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뀝니다.


"이거, 못 갈 거리는 아니네."


하프는 갑자기 되는 거리가 아닙니다.

대신 조금씩 하다 보면 어느새 되는 거리예요.


그리고 그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 LSD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빠르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좀 심심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제일 무난하고,

제일 덜 다치고,

결국 제일 확실합니다.


멀리 가고 싶다면,

일단 길게 가보셔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은 분들을 위해 하프를 벼락치기로 달리는 법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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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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