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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재 Feb 26. 2019

[2월미션] 삶이 글감이다

모든 글은 삶에서 시작된다

좋은 글은 좋은 삶에서


자소서를 쓴다고 해보자. 우선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며 중요한 사건들을 찾아야 한다. 내가 살아왔던 삶에서 자소서라는 글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소서만 그런 건 아니고, 모든 글이 삶에서 시작된다. 삶이 글감인 셈이다.

호기심, 슬픔, 분노, 저항심, 기쁨, 결핍, 행복. 살아가면서 느끼는 많은 감정들은 글쓰기의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감정에 복받쳐서 쓴 강렬한 감정만 있는 글은 다음날 아침에 휴지통으로 가기 마련이지만, 강렬한 감정을 기반으로 살을 잘 붙여 풀어낸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글쓰기는 감정으로 시작되고, 감정은 삶에서 시작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좋은 감정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감정을 느끼며, 좋은 감정을 바라보고 숙고하고 곱씹으면, 좋은 감정은 좋은 글감이 된다.


물론, 좋은 삶과 좋은 감정의 기준은 각자가 다르다. 누군가는 질투가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누군가는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글마다 사람의 색이 묻어나고, 사람마다 다양한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도 있고, 같은 현상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글도 있고, 경험이 담긴 가치 있는 글도 있다.




편안한 글은 편안한 삶에서


감상이나 생각 등을 표현하는 편안한 글은 삶에서 보고 들은 것에서 시작된다. 책을 본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친구의 이야기를 듣거나, 여행을 하는 것 모두 글감이 될 수 있다. 글을 쓰려면 조금은 삶의 여유가 필요하다. 보고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그리고 그것들을 천천히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


집을 지어야 한다고 해보자. 첫째,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일단 여유가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다. 둘째, 집을 짓고 싶어야 한다. 집을 짓고 싶지 않으면 집을 짓는 일은 고통이다. 짓고 싶은 집이 있으면 집을 짓는 일은 즐거움이다. 셋째, 어떻게 생긴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집을 짓고는 싶은데,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만 있고 어떤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스스로가 답답하다. 이때는 잠시 주변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보통은 다른 집을 본다. 다른 집들을 보면서 내 마음에 들어오는 을 찾는다.


글을 쓰는 과정도 유사하다. 일단 글을 쓸 수 있는 여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글감을 찾는 여유로운 마음도 필요하다. 둘째,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셋째, 어떤 글을 쓸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을 보며 마음에 들어오는 단어와 문장, 그리고 머리에 들어오는 생각을 지켜보는 것이다. 글, 책, 영화, 여행, 친구의 이야기, 도시의 모습, 날씨, 지하철의 사람들. 그렇게 삶에서 만나는 내 주변의 일들은 글쓰기의 좋은 글감이 된다.




가치 있는 글은 가치 있는 삶에서


내 주변에 있는 글감들을 엮으면 글이 된다. 잘 엮으면 좋은 글이 된다. '잘 엮는다'는 게 글솜씨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나쁜 글감이어도 글솜씨를 발휘해서 좋은 글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은 좋은 글감을 찾는 쪽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글감이 좋으면 글솜씨가 부족해도 괜찮을 글을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솜씨는 반복해서 글을 써보며 조금이나마 키워보려고 노력할 뿐이다.


사실, 내가 가장 쓰고 싶은 글은 가치 있는 글이다. 하지만 아직은 쓰기가 어렵다. 경험이 부족해서다. 보통 가치 있는 글은 경험 많은 분들이 잘 쓴다. 미역국을 잘 끓이는 사람이 못 끓이는 사람보다는 미역국에 대한 글을 잘 쓸 확률이 높다. 집을 많이 지어본 사람이, 그리고 잘 지어본 사람이 집을 짓는 일에 대해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그의 삶 자체가 그의 글을 증명한다. 가치 있는 글을 쓰려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좋은 경험이 좋은 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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