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수놓는 별, 그리고 은하수
저는 사진에 관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글 내용 중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저의 주관적인 생각과 의견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특정 주제에 관해서는 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고요하고 적막한, 도심과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서의 칠흑같이 어두운 밤.
어둠이 깔린 세상 위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히 수놓는다.
광활한 장소에서 이런 경이적인 장면을 직접 마주하면 순간 숨이 멎을 듯 한 감동이 밀려와 도저히 감조차 잡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이 우주 속에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하찮은지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밤하늘은 참으로 경이롭고 감동적이다.
살면서 여행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가끔 밤하늘 가득히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을 보게 되면 평소 우주나 천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같이 별을 좋아하는 풍경사진가 들은 별 사진을 찍는 걸 아주 좋아한다.
밤하늘의 별은 어두운 곳으로 찾아 들어갈수록 밝고 선명하게 많이도 보인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밤하늘은 별을 보는데 아주 좋은 환경은 아니다.
땅도 좁은데 도시는 아주 잘 발달해 있어 광공해가 비교적 심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더라도 지평선 위로 밝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미세먼지도 상당히 많은 편이어서 별을 보고 사진을 담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예보까지 확인을 해야 한다.
아무리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아도 미세먼지나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으면 밤하늘이 상당히 퇴색되어 눈에 보이는 밤하늘의 별의 수가 확연히 줄어든다.
미세먼지가 많으면 은하수 같은 건 정말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별을 맘껏 볼 수 있는 장소들이 의외로 많다.
완벽한 날씨와 기상조건에서는 은하수도 제법 그럴듯하게 보이는 곳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아름다운 별들을 만끽하고 멋진 별 사진을 담으려면 아주 어두운 곳으로 찾아 들어가야 한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핫 플레이스 같은 곳은 그래도 인적이 좀 있어 비교적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정말 어둡고 주변에 인가도 없어 상당히 무서운 곳이 될 수 있다.
제주 한림의 ‘나홀로나무’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을 까 말까 엄청 망설였다.
자동차 라이트를 끄면 주변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안 그래도 바람 많은 제주도의 바람소리가 섬뜩해 혼자 찾아간 나는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차에서 내렸을 때 내 눈에 들어온 하늘의 별들은 지금껏 봐 온 그 어떤 밤하늘보다 아름다웠다.
무서운 마음을 추스르며 삼각대를 펴고 구도를 잡은 뒤 노출 설정을 최대한 빨리 대충 하고 단 한 컷 만 찍고 재빠르게 철수했다.
결과물 확인도 나중에 숙소에서 확인했는데
단 한컷만 찍은 사진임에도 너무도 맘에 들어 지금도 기억나는 한 컷이다.
나는 귀신같은 존재를 믿진 않지만 밤에 인적 없는 곳에 혼자 있는 건 여전히 무섭다.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별의 움직임 흔적을 한 장의 사진에 담으면 멋진 별 궤적 사진이 완성된다.
우리는 북반구에 살고 있으므로 북쪽의 하늘을 배경으로 별 궤적 사진을 찍으면 북극성을 중심으로 주변의 별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멋지게 움직이는 흔적을 담을 수 있다.
20초 노출한 사진을 연속적으로 140장을 촬영하여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한 결과물.
동심원의 중심인 북극성 쪽에 가까울수록 별의 궤적이 짧게 표현된다.
지구가 하루에(24시간) 한 바퀴(360도) 자전하므로 별은 한 시간에 15도 각도만큼 이동한다.
그러므로 전체 노출시간이 길면 길수록 별이 움직인 궤적은 길게 남게 된다.
북반구인 우리나라에서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같은 시간 동안 같은 ‘각도’만큼 이동하기 때문에 실제 하늘 상에서 별이 이동하는 거리는 북극성에 가까운 북쪽의 별 일 수록 짧고 북쪽과 직각으로 벌어져 있는 동, 서쪽 별들은 같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이동한다.
이러한 이유로 북쪽 하늘의 별 궤적을 담을 땐 충분히 긴 시간만큼 촬영해야 적절히 볼 만한 궤적이 만들어지며.
반대로 동, 서쪽 하늘의 별 궤적을 담을 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을 촬영해도 충분한 궤적을 담을 수 있다.
30초로 노출한 사진을 연속적으로 130장 촬영하여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한 결과물.
별 궤적사진 또한 여타 다른 유형의 풍경 사진들과 마찬가지로 주제는 ‘별 궤적’이지만 어느 장소에서 보조 피사체를 무엇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물의 느낌이 달라진다.
멋진 사진은 훌륭한 배경을 잘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별 궤적 사진을 촬영하고자 할 땐 어느 장소에서 어떤 보조피사체를 배경으로 하여 촬영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그리고 별 궤적 사진의 경우에는 오히려 화면에 별이 너무 많이 보여도 지저분한 느낌이 강해져 별이 많이 보이는 너무 어두운 장소는 피하고, 미세먼지가 너무 없는 날 보다는 미세먼지가 좀 있어서 어둡고 희미한 별은 흔적을 남지기 않는 환경이 좀 더 별 궤적 사진에는 적합하며, 너무 맑은 날이면 오히려 좀 밝은 장소를 선택한다.
날씨가 너무 맑아 별이 너무 많이 보이면 궤적은 오히려 지저분해진다.
그리고 하늘에 구름이 있다면 장시간 구름이 이동하면서 남긴 흔적들도 지저분하고, 중간중간 별의 궤적도 끊어놓기 때문에 별 궤적사진은 구름이 전혀 없을 때가 적합하다.
수십-백여 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하는 과정도 제법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별 궤적 사진은 자주 찍기는 좀 힘든 사진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밤하늘에 은하수는 대략 이른 봄(약 3월 전후)부터 시작해서 가을(약 10월 전후)까지 일 년 중 약 2/3 정도의 기간 동안 관측할 수 있다.
이 시기 이외의 시기에는 은하수가 낮에 뜨므로 밤하늘에서 은하수를 볼 수 없다.
은하수는 이른 봄에는 동이 트기 전 남동쪽 하늘에서 관찰되기 시작하며, 여름엔 한 밤중에 남쪽하늘에서 보이고, 가을이 되면 일몰 후 남서쪽 하늘에서 나타나다 점차 저녁해가 떠 있는 시간대로 옮겨 가며 더 이상 관측을 할 수 없는 겨울이 온다.
이른 봄에 만나는 한 해의 첫 은하수는 이른 새벽 날이 밝기 전 짧은 시간 동안 관측할 수 있다.
은하수 사진은 의외로 까다롭다.
은하수 자체가 너무 어둡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어둡고 공기가 맑은 곳으로 찾아가야 하며, 어두운 만큼 사진의 노출시간을 길게 가져가야 하는데 노출시간이 또 너무 길면 그 짧은 시간에도 밤하늘은 계속 움직이므로 결과적으로 은하수가 흘러간 것처럼 선명하게 담기지 않는다.
최대 노출시간 설정은 사진을 촬영하려는 화각(초점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다.
넓은 화각에서는 노출시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
은하수를 촬영할 때에는 셔터 속도를 너무 길게 가져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므로 감도는 높게 하고, 조리개는 최대한 개방한 상태로 초점은 별(무한대)에 맞춰 촬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주제인 은하수가 잘 보이는 장소와 날씨, 미세먼지 등의 대기상태가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며 추가로 밤하늘에 달이 떠 있지 않는 밤이어야 한다.
밤하늘의 달은 너무 밝아 하늘에 달이 떠 있는 밤에는 은하수가 하늘에 떠 있어도 달빛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은하수는 어둡다.
은하수를 보기 위한 이런저런 조건을 거르다 보면 실제 일 년 동안 멋진 은하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은 며칠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은하수를 보려면 아주 어두운 장소로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날을 잡고 가야 하는 문제도 있어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은 평일에는 또 쉽게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그나마 모든 조건을 갖추고 날씨까지 모두 철저하게 확인해서 은하수를 보러 나갔는데 예보와 달리 구름이 끼어있거나, 미세먼지가 생각보다 심하거나 하는 이유로 제대로 볼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여러 번 도전해야 한 두 번 정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게 어딘가!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은하수를 볼 수 없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다.
은하수를 보기 위한 모든 조건만 잘 갖춰지면 심지어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철원, 양평 쪽에서도 은하수를 볼 수 있다.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조경철 천문대’
차량으로 천문대까지 바로 갈 수 있으며, 이곳은 별과 은하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으며 기상조건이 좋은 날이면 항상 별을 관측하는 사람들과 은하수 시즌에 은하수를 촬영하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벗고개터널’
여기도 수도권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터널 내부의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이어서 별을 보러 오는 사람들 보다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곳이다.
서울에서 좀 멀리 떨어져 나가면 상당히 많은 곳에서 은하수를 만날 수 있다.
은하수 명소로 알려진 장소들도 있지만 직접 지도를 탐색해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장소를 유추해 은하수 포인트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물론 알려지지 않은 장소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크겠지만..
대표적인 은하수 명소인 강릉 ‘안반데기’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소로 언제나 사람들이 많은 곳.
사전 조사만 충분히 잘하고 간다면 높은 확률로 멋진 은하수를 만날 수 있다.
은하수 사진촬영을 좋아하는 사진가들 사이에 어느 정도 알려진 태안의 ’운여해변‘
서해 바다의 특성상 미세먼지가 짙은 날이 많아 여기서는 은하수를 보기가 정말 힘들다.
사진을 보정해서 은하수의 윤곽을 어느 정도 살려 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은하수는 눈에 정말 희미하게 보였다.
은하수는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눈으로 보는 것에 차이가 제법 있다.
사진은 어두운 은하수의 빛을 누적시켜 비교적 밝게 보이도록 하며, 보정을 통해 이를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할 수 있어 실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인다.
사람마다 시력에 차이가 있어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보통 ‘은하수가 보인다’라고 하는 정도면 눈으로 간신히 은하수를 식별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며,
확실하게 은하수가 식별되어 그 디테일까지 볼 수 있는 정도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잘 보이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경남 합천 ‘황매산’
봄에는 철쭉으로 유명하고 가을엔 갈대로 유명한 곳이다.
봄에 철쭉을 찍으러 갔다가 밤에 은하수를 촬영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 보여 밤까지 기다린 후 다시 찾아갔는데 이날 만난 은하수는 지금까지 본 은하수 중 가장 멋지고 선명했다.
경남 창녕군에 있는 ‘우포늪’
정말 고요하고 칠흑 같이 어두우면서도 음산한 곳이다.
너무 어두워 별과 은하수는 엄청 잘 보이지만 이곳은 ‘늪’이다.
당시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출사를 나가서 갈 수 있었지 혼자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이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은하수 포인트인 ‘1100 고지 휴게소’
제주도에 놀러 갈 때마다 기회가 되면 찾는 곳이다.
휴게소 한쪽에 있는 백록동상과 은하수를 함께 담으면 정말 매력적이다.
언제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별과 은하수.
올해는 기회가 된다면 남들이 알지 못하는 나만의 포인트를 찾아 또다시 멋진 별과 은하수 사진을 담아보고, 언젠가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도 멋진 은하수 사진을 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