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비자, 워킹홀리데이, 학생비자 그리고 영주권 취득까지
"세상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계획을 한다면 어느 정도 세상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믿고 살아가는 편이다.
나는 2010년 말쯤 호주에 처음 관광 비자로 왔다. 영어 학교에 다니며 영어를 배웠고, 작은 전문대에서 비즈니스 관련 공부도 했다. 군대 제대 후에는 소프트웨어 관련 학사 학위를 호주에서 취득하고, 인턴십을 거쳐 개발자로 취업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최근에 퀸즐랜드 주정부 후원으로 영주권까지 취득하게 되었다. 아 물론 정말 많은 알바들을 했었다. 하우스클리닝, 오피스클리닝, 스시집, 등등
처음 호주에 왔을때에는 여기가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뭔가 항상 빠르고 급한 문화에 익숙해 있던 내가 호주에서 느릿느릿한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호주에서 살아가다 보니, 깨끗한 자연환경과 내가 싫어했던 느릿느릿한 생활이 오히려 나에게 맞춰졌고, 나도 느긋한 사람이 되어가는듯 했다. 그래서일까 호주라는 나라가 점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호주에서 계속 살고 싶어졌다. 나는 영주권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호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민법이 바뀌면 어쩌지?' 같은 고민들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느긋한 사람이 되어가면서도, 비자 문제와 학업 스트레스로 지쳐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참 단순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마치 배가 고파서 라면을 끓일 때 우리는 그냥 물이 끓으면, 스프를 넣고, 면을 넣어 설렘과 함께 면이 다 익기를 행복하게 기다리지 않는가? 보통 스프를 넣고 나서 '라면을 먹을까 말까?' 또는 면을 넣고 나서 '아 라면먹는 선택이 별로면 어쩌지' 하는 고민은 잘 하지 않는다. 나도 이미 시간이라는 스프와 학비 라는 면을 호주라면에 넣었다면, 더 맛있고 즐겁게 기다림의 과정을 즐겼어야 했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느새 나는 퀸즐랜드에서 6년 차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좋은 팀원들과 함께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해내며 다양한 방면에서 성장하고 있다. 개발자라고 하면 보통 논리적이고, 안경을 올리며 무언가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와 정반대인, 감성적인(?) 개발자로 이 업계에서 나름 잘 버텨나가고 있다. 마치 짜임새 있고 재사용 가능하며 간결한 코딩 스타일을 너무 추구하기보단, 코드에 뭔가 스토리(?)를 담으려 노력한다. 내 코드를 다른 팀원들이 책 읽듯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짜는 것이 목표다. 마치 맥주 한 잔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는 코드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호주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인턴십 시절에는 말 그대로 90%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영어 탓도 있었겠지만...). 때로는 묘한 따돌림(?)을 경험하기도 했고, 정말 울면서 코딩 공부 와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감성적인 코드들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이제는 이 호주 생활에서의 에피소드들을 풀어내 보려고 한다. 어떻게 호주에 오게 되었는지, 비자와 영주권 취득 과정, 호주에서 직장생활 등 살면서 있었던 이야기들도 함께 공유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