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에서 일한지 정확히 1년이 되었다. 회사를 포함해 내 지난 1년의 삶을 돌아보자면, 그간 생긴 변화의 핵심은 배우는 것의 일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부라는게 새로울 것은 없는 것이지만, 여기 이 회사에서는 업무에서 늘 새로운 것을 습득해서 적용하는게 일상이었고, 업무시간 외에 내 개인적인 삶의 시간에서도 독서를 통해, 교육을 통해 무언가를 항상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배움이 즐거웠다.
물론 회사 생활이 모두 만족스러웠을리 없다. 무얼 만들어가고 있는지 아직 비전이 명확하지 않은데서 오는 불만족이 있다. 익숙치 않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다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고 싶다는 욕구도 있다. 이러한 불만족들은 회사를 떠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가는 길, 가야 할 길에 대한 불확실성들이 항상 나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회사와 일상에서 마주한 새로운 배움의 기회들은 다른 불편함들을 상쇄했던 것 같다.
처음엔 회사에서 시작됐다. 낮선 업무 때문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 배워야만 했는데, 그것이 매우 즐거웠다. 일단 낮선 환경들 자체가 너무 좋았고 거기서 급성장하는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그러한 즐거움이 개인적인 시간으로 옮겨왔다. 개인적으로 진행한 학습이나 독서를 통해 얻은 새로운 자극들이 너무도 즐거웠다. 먹고 살 걱정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계속 이렇게 학습만 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무엇이 배움을 그렇게 즐겁게 만들었던 것일까.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나는 3년 전에 오픈컬리지라는 일종의 커뮤니티에 처음 참여했다. 이곳에서는 낮선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지식들을 나누고 함께 배운다. 오픈컬리지의 슬로건중 하나가 "미치도록 행복한 배움과 즐거운 인생"이다. 이 슬로건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아직 기억한다. 정말 그 '미치도록' 행복한 배움은 무엇이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즐거운 인생'을 사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아니, 이것이 주는 느낌이 바로 내가 평생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것 같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워가야한다는 생각은 종교의 허구성처럼 이 역시 허구적인 신념일 수도 있고, 혹은 생물학적으로 우리에게 심겨진 어떤 일차적인 욕구에서 발현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둘 다일 거라고 믿기로 했다. 지식의 습득으로 거대한 외부 세계의 일원이 되고자하는 우리의 욕망에 허구가 덧씌워진 것이 아닐까.
그 근거를 어디서 찾던지간에 중요한 것은 나에게 그러한 욕구가 있다는 것과 그 욕구를 다룰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아마 우리 모두에게는 이미 발견했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배움의 욕구가 있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은 그러한 욕구가 발현되려는 차에 이미 정해진 배움의 길에 압도당하곤 한다. 이러한 공감대가 더 넓게 형성된다면 미래에는 아마 전인교육과 같은 형태가 사회에서 더욱 수용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