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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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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vil Apr 23. 2016

01#Prologue

가진 것은 카메라와 여권 하나뿐

 나의 첫 비행이 어떠했는지 그것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뜻을 풀어서 해석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들은 그 나름의 비밀과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나의 기억에서는...


München Flughafen (Munich airport) 


인생의 봄날을 회상하고 추억에 잠긴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인 듯하다.

그래... 삶을 살아가면서 무더운 여름에도, 우울한 가을에도, 그리고 차가운 겨울에도, 

가끔 봄날과 같은 때가 있어


"아~ 마치 봄날과 같군!!"

이라 외치곤 하니까..


아마도 나의 첫 비행이 바로 그 봄날이 아닐까...




München Flughafen (Munich airport) / Frankfurt Flughafen (Frankfurt airport)


가끔은 비 오는 날이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이도 저도 아닌 막연한 떠남이 그리울 때면,

가까운 공항을 찾는다.

그렇게 북적거리는 곳에서 정신적 안락함을 찾는다는 것이 그다지 연관성은 없어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그곳, 어디에서 왔는지, 아니면 어디로 사라져 가는지 모를 사람들의 자취를 보며

세상은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도 끊임없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Frankfurt Flughafen (Frankfurt airport) / München Flughafen (Munich airport)


자신과의 싸움 앞에 서 있다는 것은 실로 경이롭다. 그 짧은 순간에 여유와 긴장이라는 두 감정이 묘하게 교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 당시 항공기 내 좁은 좌석에 착석했을 때는 어디든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가장 나약한 모습을 스스로 감춘 채, 나 자신은 어느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믿음으로 살아왔지만, 항공기의 좁은 창 밖으로 펼쳐진 지평선의 희미함을 마주하는 순간, 그 믿음이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너저분한 가식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나 자신이 싫어서이거나, 혹은 정신적인 반사작용일 수도 있겠지만, 비행이 시작되자 수분 전의 흥분과 긴장의 수렁 속에서 헤매던 나 자신은 그곳에 놓아두고, 미지의 세계로 출발하기만을 고대하는 호기심 많은 나로 돌아왔다.


Berlin Flughafen (Berlin airport) / Frankfurt Flughafen (Frankfurt airport)


헤세가 그러했듯이 나 또한 "순수한 방랑자"가 되어 방랑의 기쁨과 행복을 마음껏 누렸던 것이다.

가진 것은 카메라와 여권뿐...


München Flughafen (Munich air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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