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 Berlin... Oh~ mein Berlin!!!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게 되는 일들을 겪는다. 그 대상이 사람이 되었든, 손때 뭍은 옛 물건이 되었든... 그때에는 무수한 고통과 공허함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되고, 마치 세상에 나 혼자가 된 듯한 깊은 상심에 빠져, 영원히 그 순간이 지속될 것 같은 절망감에 한숨만 나온다.
하지만 그 절망감 속에서도 희망이란 것은 언제나 그 비좁은 틈을 헤집고 나와 작은 불씨 하나를 남겨놓고 다시 숨어버리는데, 그 불씨가 다시 타오를 때까지 언제나 그 큼에서 우리 자신을 엿보고 있다.
마치 인간의 마음이 약해진 틈을 기다리는 악마처럼...
그러다가 이 희망이란 불씨가 다시 켜지게 되면, 또 다른 소중한 무엇인가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데, 그것은 전에 잃어버린 소중한 것과 같은 형태로 천천히, 혹은 갑작스럽게 다가오게 된다.
그러면 삶이란 것은 다시 원래의 자리를 찾게 되고, 뒤엉켰다고 생각되었던 일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듯이 정처 없이 방황했던 자신을 소리 없이 받아준다.
이것이 삶이 연속되는 방식이다.
잃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나고, 또다시 헤어지고....
안전벨트의 램프가 켜지고 맑고 경쾌한 경고음이 나의 깊은 사고의 문을 두드렸다. 비행기는 잠시 후면 베를린 테겔 공항에 착륙한다. 시간을 거슬러 내가 존재하지 않던 8시간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9시간이라는 비행시간은 나의 긴 삶에서 잠시 소멸된 듯하다. 장장 9시간의 긴 공상 속에서 빠져나와 착륙 준비를 해야 하는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출발할 때 기내에 가지고 온 것이라고는 카메라만 겨우 들어가는 작은 가방뿐이어서 다른 이들처럼 부산스럽게 움직여야 할 필요는 없었다. 카메라를 조심스레 가방에 넣어두고 귀에 진물이 나도록 꼽고 있었던 이어폰을 뽑아 가방 귀퉁이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변덕스러운 베를린의 날씨가 어떤지 몰라 두르고 왔던 잿빛 실크 스카프는 가방 끈 한쪽에 동여맸다. 가장 아끼던 짙은 남색의 트렌치 코트를 가방 위에 조심스럽게 게워두고 다시 위자 등받이에 기대어 비행기가 완전히 착륙할 때까지 기다렸다.
곧이어 비행기는 요란스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활주로에 미끄러지듯 내려앉았다. 베를린의 하늘은 간간히 엷은 구름이 홍조를 띠고 있었을 뿐, 멀리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서쪽 하늘은 태양의 그림자로 인해 오렌지 빛 베일로 뒤덮여 있었다. 한 낮에 잠시 비라도 내린 탓일까? 공기 중에는 상쾌한 빗 내음이 감도는 듯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떠나기 전에 잠시 머무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에 배어있는 우울이 드리워져 있었다. 결국 하나의 세상에서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었던 것일까? 9시간 동안의 사고야 어떻든, 서풍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Berlin... Berlin... Oh~ mein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