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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vil May 09. 2016

03#뮌헨:카페 좋아하세요?

그곳이 카페여서 좋다.


작은 행복을 위해서 편안한 의자와 커피 한 잔, 그리고 마음만 있으면 된다.
원대한 계획이나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순간적일망정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듯하다.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삶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공간.
그곳이 카페여서 좋다.


Ace Hotel, Bulldog Edition café in London

요즘같이 사람이 그리워질 때에는 카페에 나가 즐겨 마시는 카페라테 한 잔을 시켜 반드시 창가에 앉거나, 혹은 카페 가장 구석자리를 택해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왜 하필이면 카페냐고? 음.. 나름의 이유를 들자면, 이런 것 같다.

아마도 그곳은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들만 존재하는 곳일 것이고, 매 순간 무수한 타인들이 끊임없이 왔다가 또 사라지는 곳일 뿐이니까... 그 타인들 속에는 젊은 연인들도 있을 것이며,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브런치를 즐기는 젊은 주부들과 중년의 여성들도 있고, 비즈니스에 한창인 샐러리맨,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에 빠진 젊은 여성들, 테이블에 펼쳐진 책에 몰두하는 대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삶의 단편들을 매일 지켜보는 카페 종업원들의 바쁜 일상도 빼놓을 수 없겠지....

또한, 카페 창밖으로는 볕 좋은 봄날 유모차에 앉은 아이와 산책하는 여인들이 지나가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인의 발걸음을 쫒는 개와 산책하는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 넥타이를 답답스레 올려 맨 샐러리맨, 교복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청소년들도 간간히 보이며, 아찔한 하이힐에 걸음걸이마저 아슬아슬한 여대생들 - 음.. 아마도 그 하이힐이 조금은 낯선 갓 입학한 여대생들이겠지? - 도 지나다닌다. 물론 도로에는 어디론가 향해가는 무수한 차들도 함께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그림자를 커피 향과 함께 음미하는 나도 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의 그림들을 그 누구의 방해도, 그리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도 엿볼 수 있는 곳이 카페가 아닐까? 그리고 운 좋으면 일상의 지혜도 조금 얻어 갈 수 있다. 그래서 카페를 좋아한다.

Cycling café in Berlin

카페...

예전에는 그저 약속의 장소로만 치부했던 곳이었지만, 마음의 여유와 삶의 여러 가지 방식을 알게 된 후부터 카페는 여유로워질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 되었다. 약속을 위해, 만남을 위해 존재한다고만 생각해 온 곳에서 삶의 단편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렇듯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여유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것인가 보다.





뮌헨 여행 중 매일 아침을 시작한 카페에서, 쉴 새 없이 걷다가 지쳐 쉬고 싶은 생각에 무심코 앉아버린 이름 모를 노천카페에서, 이방인인 나에게 그들은 그렇게 조용히 자신들의 여유를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침에 갓 구운 커다란 크루아상에 넘쳐버릴 것 같은 깊은 호수처럼 넘실대는 진한 커피 한 잔, 그것이 뮌헨에서 아침의 시작이고, 하루하루를 여유라는 이름으로 시작할 수 있는 행복이었다. 뜨내기 눈엔 그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분주한 아침 카페 풍경이지만, 일정한 리듬으로 춤을 추는 작은 장소이고, 아침이라는 짧은 시간에 하루의 여유를 약속하는 장소였다. 그러한 여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와 그 아침 그 장소에 있지 않더라도 시간과 인연의 끈을 만들어 준다. 어떤 공간에서 탈출하는 것이 항상 커다란 장면과 새로움의 충격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짧은 여유 속에서도 종종 세상의 취미와 무게에서 생겨난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아마도 삶을 감지하는 찰나가 아닐까?

Tante Emma café in München

부지런한 독일 사람들 아니랄까 봐서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광장 한 모퉁이 아침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은 어느 카페가 분주했다. 그리고는 금세 좁은 실내에 테이블 몇 개만 있던 그 카페는 멋진 테라스를 갖춘 노천카페로 변신했다. 나그 그 카페보다는 솔직히 그 아침 햇살이 너무나 탐스러워, 햇볕이 가장 잘 드는 테이블을 골라 앉아 눈을 감고 머리를 하늘로 향해 젖힌 채로 햇빛 속의 해파리처럼 녹아들었다. 그런 내가 카페 주인의 눈엔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아이들이 지닌 원래의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 사라처럼 보였을까? 내 앞에 조용히 턱을 괴고 앉아 천진하고 맑은 눈동자로 빙그르르 웃었다.


- 일본인이야?

- 아니, 한국에서 왔어. 난 한국 사람이야.

- 오!! 한국, 서울??!!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의 한 곳이야. 여행 중이야?

- 응~

- 오늘은 어디를 여행할 건데?

- 여기. 이 카페! 이 자리. 오늘은 여기가 좋을 것 같아.

- 왜? 다른 곳은 다 가본 거야?

- 아니, 여기가 좋아. 이곳만큼 아침 햇살이 따사로운 곳은 없는 것 같아.
  그리고 거리에 오고 가는 사람들을 마냥 보는 것도 여행 중에 느껴보는 재미야.
  어때? 나의 여행 계획이??

- 좋은데!!! 그럼 나의 카페가 최고의 여행지이길 바라~~




café Luzia in Berlin

작은 행복을 위해서 편안한 의자와 커피 한 잔. 그리고 마음만 있으면 된다. 원대한 계획이나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순간적일망정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빠르게 지나가는 삶의 흐름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고 정신적 안정을 주는 고정된 벌판을 찾으려는 내면적 욕구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상의 흐름과 약간 어긋난 그곳은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와의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라.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삶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공간! 그곳이 카페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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