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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Jul 14. 2019

새로운 도시로, 스페인에서 이사하다

발렌시아에서 산세바스티안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1년간의 어학연수 기간이 끝나가면서 비자 연장을 위한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던 어느날 장거리 연애중인 그로부터 “너무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어지간해서는 이런 자기 속 얘기는 안 꺼내는 사람이기에 나도 모르게-아니 어쩌면 어느정도 각오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내가 여기서 비자 연장하지 뭐. 준비할 시간이 빽빽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답해버렸다








그렇게 나는 산세바스티안행을 결정했다


그러고보면 나라는 사람은 늘 연애가 우선순위에 오지 못하던 사람이라 이런 결정을 내린 적이 없었다. 심지어 나는 3년간 스페인 어느 도시에서 머물고 언제 뭐를 할지 몇 번이나 생각을 해오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 나의 계획을 정말 단숨에 바꾸다니! 당신이란 사람, 대단하구나


처음 스페인에 올 때 캐리어 두 개, 중간에 한국에 다녀올 때 캐리어 두 개 분의 짐 추가. 딱히 이 곳에서 옷이나 뭔가의 쇼핑을 많이 하지도 않은 것 같아 짐은 얼추 캐리어 5-6개분 정도 나오려나 싶었는데 이게 웬 걸. 정말이지 택도 없는 생각이었다


택배로 짐을 보낼까 이사업체를 쓸까 고민하다가 두 번에 나눠 직접 옮기기로 했다. 그의 이민가방을 빌려 짐싸기를 마치니 짐은 총 7개였다. 캐리어 두 개로 1년을 나고 있다는 요코가 굉장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정든 방과, 정든 플랫메이트와, 정든 공간과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마지막 끼니는 발렌시아에서의 절친 미아와 함께., 5-6월이 제철인 클로치나(clochina:홍합의 한 종으로 발렌시아 특산물이다)를 먹었다


이제 자주 못본다는 아쉬움에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화이트 와인을 마신 우리는 달큰하게 취기가 오른채 한참 수다를 떨다가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산세바스티안




‘미식의 도시’로 알려진 산세바스티안은 스페인의 북부. 프랑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다. 조개 모양을 닮아 그 이름이 그대로 붙여진 아름다운 라콘차해변이 있어 여름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사실 여름에만 날씨가 좋기때문에 여름, 초가을쯤까지만 몰린다)








학원을 가고, 도서관에 가고,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종종 그림을 그리고, 가끔 글을 쓴다. 아주 아주 가끔은 책을 읽는다


비슷한 듯 하지만 발렌시아에서의 생활과는 분명 다르다.


일단 외출, 외식이 줄었고 그만큼 집에 있으면서 게을러졌다. 물가가 비싼 산세바스티안이다보니 돈이 지출되는 것에 더 예민하게, 보수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거기에 여기서는 아직 친구를 사귀지 못해 더욱이 나갈 일이 없다. 집에서는 자꾸 침대에 드러눕게 되고 그러면 그 날은 망한거다. 나무늘보처럼 빈둥빈둥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보았던 그를 자주 본다. 그리고는 간식과 야식을 먹는 게 습관이 베어버렸다. 그렇게 나의 나태함과 과식이 만나 살이 찌는 알고리즘이 완성되었다. 아둥바둥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듯 하다





심지어 조깅도 다시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나는 이 도시에 서서히 스며들듯, 그렇게 적응해가고 있다. 적응하지 못하고 발렌시아만 그리워 하기에는 이 도시는 너무 아름다우니깐





맛있는 게 많다는 것도 한 몫하지
겨울에도 이렇게 맑으면 좋겠지만 부질없는 희망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날, 산후안에는 그와 모닥불을 보러 갔다





야경도 아름다운 산세바스티안. 발렌시아에서 머무는동안 ‘아 예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 곳은 ‘예쁘다’는 말보다는 ‘아름답다’가 더 어울린다





떡볶이가 먹고싶은 날에는 거하게 만들어 먹었고
가끔 박물관에도 간다. 아. 두 곳 가봤다
잠시 침대살이에서 벗어나 팜플로나 산페르민도 다녀왔고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간다.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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