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SJ Jul 26. 2019

7월의 스페인, 여름의 유럽여행

스페인 어학연수의 장점, 유럽이 가깝고 싸다는 것




글이 많이 밀렸다. 드문드문 브런치에 나의 추억과 감정을 써내려가면서 ‘어떻게 어떤 글을 올리는 게 좋을까’ 생각하곤 했다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1년 전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1년이라는 시간은 긴 듯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라 생각보다 그 당시의 일을 가까운 때처럼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으니깐. 거기다가 지금 이 곳을 여행하려는 사람에게도 더욱 도움이 될테니깐




그렇게 일년 전, 7월

스페인어는 여전히 어려웠다. 어려웠지만 첫날같은 멘붕(모르는 스페인어를 스페인어로 스페인사람이 설명하니, 하나도 들리지는 않고 멘붕이 왔었다)은 이제는 없었지만 스페인어는 내게 여전히 어려웠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의 진동소리와 야근의 나날에서 벗어나 아직 몇 개월 채 되지 않았기에, 이곳에서의 일상은 마냥 새롭고 즐거웠다. 가끔은 소통의 부재로 외로움이 잦아들 때도 있었지만 여름을 맞아 유럽에 놀러오는 친구들로 인해 내 하루하루는 그 외로움에 깊이 빠질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원래도 나는 유럽여행을 무척 좋아했던터라 일년에 꼭 한두번은 여행을 오곤 했다. 그때는 10시간 넘게 비행을 해야 했고 몇 십만원의 항공권을 사야했지만 지금은 한두시간이면 목적지에 갈 수 있고, 항공권도 무척 저렴하다는 것. 스페인 해외살이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보기로 했다




남프랑스


친구 M이 열흘정도 남프랑스를 여행할거라는 말에 냉큼 니스행 항공권을 끊었다. 늘 빠르게 지나가는 스페인어 수업시간이 그 날은 유독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남프랑스 여행모임은 M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멤버가 평범하지는 않았다


나와 M, 그리고

M의 친한 언니이자 우리 둘의 고등학교 선배인 W

M의 남편이자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선배인 J

그리고 M의 대학교 친구로 독일에서 살고 있는 S

이렇게 다섯 명의 조합이었던지라 나와 S는 비교적 짧게 남프랑스에 머물고 각자의 주거지로 돌아갔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선배들과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선배는 그저 ‘선배’였다. 그런 나와 달리 사람들과 더 가깝게 지내고 싶어하고 분위기메이커인 M에게는 친한 선배들이 많았다


가끔은 아예 모르는 사이보다 이렇게 ‘알지만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이’가 저 어색할 수 있기에, 니스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문득 걱정이 들기도 했으나 선배들의 얼굴을 보니 그저 반갑고 좋을 뿐이었다. 에너지 가득한 S와도 금새 편해졌다







많이들 가는 라벤더밭이나 협곡은 짧은 일정으로 가지 못했지만, 그걸 배제하더라도 남프랑스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래서 그런 미술가들, 미술작품들이 탄생하는거군’이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 정도였으니깐. 곳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다음에 또 이 곳에 오게 되면 아이패드라도 챙겨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은 거의 숙소에서 먹었다. 숙소 근처의 음식점에서 먹을거리를 사오고 슈퍼마켓에 들려 와인과 간식거리를 사오면 우리의 저녁이 완성됐다


시작에는 “난 요새 술 잘 못마셔”라 말했으나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니 어찌나 술이 술술 들어가던지... 술이 부족해 다음 날에는 전 날보다 더 넉넉히 술을 사도 또 다시 술이 부족했다



프랑스 파리

어쩌다보니 다음 행선지도 프랑스가 되었다. 친구 H는 해외 클라이언트를 상대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어 해외 출장(거주)가 잦았고, 덕분에 그녀와 커피 한 잔 혹은 술 한 잔 하고싶은 날이면 ‘어디야. 한국이냐?’하고 카톡을 보내야 했다


스페인으로 나온 나를 보기 위해 H가 발렌시아행 항공편을 끊으려 했으나 그녀의 일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내가 파리로 가기로 했다. 두 번째 파리여행 이후 ‘이제 파리는 또 올 일 없겠지’ 싶었는데. 8년만의 파리행이었다







그저 그 주간 항공편이 제일 저렴해 끊었던 7월 두 번째 주. 그 짧은 기간동안 파리는 내내 시끌벅쩍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full day 그리고 월요일 새벽비행기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는데, 토요일은 프랑스 혁명기념일 그리고 일요일에는 월드컵 결승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덕분에 샹젤리제 거리 바로 뒤편에 위치한 H의 집에 가는 길 엄청난 인파를 볼 수 있었다. 짐을 놓고 그녀가 끓인 된장찌개에 점심밥을 챙겨먹었다. 몇 개월만의 된장찌개였다. “파리에서 뭐 먹고싶은 거 있어?”라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너의 한식 가정식으로 충분하단다’라고 생각하던 찰나 파리에는 베트남 쌀국수집 거리가 있다는 게 생각났다. 저녁에는 베트남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먹는 그 맛에 행복감을 느끼며 향한 에펠탑. 콘서트와 불꽃놀이를 보려는 사람들에 공원은 빽빽하게 인파가 들어차 있었지만 이 날 본 불꽃놀이 공연은 매우 환상적이었다. 새해맞이 때도 별로 안 터뜨리던 불꽃을 이 날 다 몰아서 터뜨리는구나 싶었다








혁명기념일 다음 날이 월드컵 결승날이라니. 어찌 프랑스 국민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근처 Bar에 가서 그들의 분위기를 느끼며 경기를 볼까 하다가 몇 시간 전부터 이미 빽빽하게 자리잡은 사람들의 모습에 우리는 집에서 티비로 경기를 보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거의 반년넘게 생활을 하면서도 H는 김치 한 번 찾은적이 없고 밥보다 파스타를 더 많이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파스타는 정말이지 맛있었다. 맛있는 오일파스타와 로제파스타, 맥주와 와인. 우리만의 경기관람 준비를 마쳤다


결과는 프랑스 우승


집 안에 있어도 마치 거리에 나가있는 것처럼 온동네가 들썩였다. 다들 소리를 지르고 차 크락션을 울리고 폭죽을 터뜨렸다. 월요일 새벽 공항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겠구나 싶었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발렌시아





’일년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나라’ 스페인. 그 스페인의 세 번째 도시이자 퍼레이드 행진으로는 전국 2등을 먹은 발렌시아가 바로 내가 사는 곳이었다


늘 크고작은 축제가 많은 발렌시아였지만 여름에는 특히 더했다. 매주 서너개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발렌시아 거리를 꽉 메웠다.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즐거움 가득한 소리가 도시를 감쌌다. 그 안에서 나는 행복했다



산세바스티안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산세바스티안은 9월쯤 진행되는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1월 탐보라다와 8월 세마나 그란데가 가장 큰 행사로 꼽을 수 있다. 또 7월 말에는 하이네켄에서 주최하는 재즈 페스티벌이 있어 세계 각국에서 여행자들이 몰려온다 (2019년 올해 재즈페스티벌은 현재 진행중이며 이번주 일요일인 28일까지 진행된다)


한시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재즈페스티벌을 둘러봤다. 야외 스테이지는 무료 입장이기때문에 이렇게 짧게만 머무는 데에도 부담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 곳 사람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즐기러 들르곤 한다


여름에 스페인 여행을 한다면 구글 등에서 어떤 행사가 있는지 꼭 확인해보기를 추천한다. 조금 더 풍부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벨기에 그리고 투모로우랜드


정말 1년 전에는 엄청 뽈뽈거리고 돌아다녔구나 싶다. 이 글이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7월 여행의 마지막이자 하이라이트는 ‘세계 3대 EDM 페스티벌’이라 불리는 투모로우랜드였다. 네 번째 참여하는 투모로우랜드지만 언제나 설레는 나의 ‘최애’ 페스티벌이다


여담이지만 한국은 ‘세계 3대’ 뭐를 꼽는 데에 다소 힘을 많이 쓰는 것 같다. 3이라는 숫자가 유독 강조되는 민족이다. 아니 한국만 그런게 아니라 주변 국가도 비슷하려나


(지금도 같은 지 모르겠으나) ‘세계 3대 페스티벌’로 독일 옥토버페스트, 브라질 카니발, 그리고 스페인 토마토 축제(혹은 삿포로 눈축제)가 꼽히는 글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스페인 사람들한테 이 얘기를 하면 깜짝 놀라곤 한다. 그들에게는 부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하는 작고 좀 아픈(가끔 딱딱한 토마토를 던진다고 산다) 축제니깐







아무튼 투모로우랜드 페스티벌은 언제나처럼 좋았다. 친구들과 함께여서 더 신났던 페스티벌







페스티벌이 끝나고서는 벨기에 브뤼헤와 겐트, 스페인 이비자와 산세바스티안 여행을 했다. 여행의 끝에 갈수록 곧 친구들이 돌아간다는 사실에 조금 쓸쓸하기도 했지만 남은 여름날의 즐거움에 좀 더 내 감정을 집중하기로 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사실 여행의 욕구가 1년 전처럼 높지 않다. 특히 혼자 하는 여행에는 더욱이 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나였는데 참 신기하다. 안정적인건 싫다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던 20대의 내가 지금은 안정적인 것을 쫓아가는 것만 해도 신기하고 말이다


6월에는 마요르카 섬을 혼자 여행할 예정이었는데 여러 이유로 결국 예약한 항공편과 숙소, 렌트카를 모두 날렸다. 돈이 아깝긴 하지만 스페인에 있으면 언젠가 마요르카를 갈 기회는 또 있겠지


8월에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비고와 오우렌세를 다녀올 항공권을 반년도 더 전에 끊어놨는데 여직 이 여행을 갈지말지 고민이 되어 숙소도 버스도 끊어놓지 않았다


이제 반도 남지 않은 2019년,

나는 어떤 여행을 더 하게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도시로, 스페인에서 이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