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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Jul 28. 2019

스페인 발렌시아 근교, 소도시 여행

산 보러 샤티바, 작은 베네치아 포르트사플라야




친구들과의 여행이 끝났다. E언니가 한국에서 가져다 준 구호물품과 여행 사진들이 내 손에 남아 있었다. 여행의 추억을 떠오를 때면 행복하다가도 문득외로웠다







그래도 일상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서 점심을 해 먹고 도서관에 가거나 카페에 갔다. 너무 피곤한 날이면 그냥 선풍기를 틀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급할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깐


스페인, 발렌시아의 8월은 무척 더웠다. 다행히 건조한 더위라 실내나 그늘에 있을 때면 버틸만한 더위이긴 했지만 한두번은 이상 기온으로 바람이 불어도 뜨거운 바람이 불어와 마치 냉장고나 에어컨 뒷 편에 내가 바싹 붙어있는 것만 같았다.


스페인 남부, 뜨거운 안달루시아 지방 출신인 레몬 맥주. 일명 클라라(Clara)도 참 많이 마셨다. 한국처럼 쌩쌩 시원하진 않아도 더위를 식혀주는 카페 에어컨 바람을 마시며 클라라 한 잔 마시는 게 낙이었다




Xativa





그러던 8월 첫주의 어떤 요일. 나는 갑자기 산이 너무 보고 싶어졌다. 어릴적 매주 일요일이면 부모님 손에 끌려가듯 등산을 갔기 때문인지, 늘 작은 동산이라도 근처에 있는 집에 살았기 때문인지 딱히 ‘산 보고 싶다’, ‘산 가고 싶다’고는 평생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생각이 다 드는 스스로가 그저 놀라웠다


발렌시아는 산이 없는 평지 도시이다. 오르락 내리락 굴곡이 전혀 없다시피한 덕분에 자전거를 탈 때도 전혀 힘들지 않다. 30여년을 늘 남산이든 청계산이든 북한산이든 보다가 완벽하게 산이 안 보이는 이 곳에 있어 나답지 않은 생각이 든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발렌시아 근처에 산이 있는 곳을 찾아봤다. 어쩌피 높은 산은 등산할 자신도 없고(더욱이 등산화도 없고!)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지라 30-40분 거리에 있는 샤티바(Xativa)라는 작은 동네를 찾고서는 검색을 멈췄다







멋진 풍광을 보여주었던 샤티바 성(Castilla Xativa) 8월 뙤약볕에 20분 넘게 걸어 올라가는 건 다소 고되었지만 말이다


한참을 샤티바 성에 머물렀다. 성 자체는 아담했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눈이 가는 옛 흔적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과 그에 어울리는 주변의 풍경이 좋았다. 그렇게 두어시간 놀멍쉬멍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성 입구 옆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주문해 아름답게 마무리을 지었다




Port Sa Plaja


전날 하루종일 움직이고 오면 주말 하루는 좀 쉴만도 한데 바로 다음 날 “세 곳의 해변을 가겠다”며 또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7월 연이은 친구들과의 여행의 여파인지 정말 이 때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은 왕복 1시간인 근교 도시에 반나절 다녀온 것만으로도 피곤한데)


발렌시아 Patacona 해변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해서 잠시 해변을 보고 > 도보 이동하여 Port sa plaja > 다시 버스를 타고 Playa Puig로 이동하는 하루 일정이었다. 사실 Playa Luig에서 하는 푸드트럭 행사가 궁금해서 최종 목적지로 잡고 가는 길목에 들를만한 해변들을 방문한 거였는데, 결과적으로 Puig 해변은 실망스러웠고 기대도 안 했던 포르트사플라야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작은 베네치아’로 불리는 이 동네는 그 별명에 걸맞게 아주 예쁘다. 베네치아랑 닮은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니 이 사진만 봐도 색감이나 느낌이 베네치아랑은 딱 다르지 않나? 그러고보면 ‘ㅇㅇ의 베네치아’, ‘ㅇㅇ의 하와이’같이 지역의 별명을 붙이는 건 세계 공통인가보다. 이렇게 영원히 고통받는 베네치아여.....







비록 ‘작은 베네치아’라는 별명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그 별명과 상관없이 포르트사플라야는 무척 예뻤고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신이 나서 셀프카메라 사진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른다


스페인에서 혼자 해외살이를 하면서 타이머 기능을 활용한 셀카 찍기 기술이 날로 레벨업 하고 있다. 가끔은 길을 가려던 사람들이 대체 뭐 하는 건가 요상하게 쳐다보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이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오 사진은 앞으로도 계속 남는 것이니!







발렌시아는 스페인 제 3의 도시지만 관광지로 인기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 곳곳에 소소한 볼거리와 가성비 좋은 맛집이 줄지어 있고, 근교에도 이렇게나 들를만한 곳들이 많다. 심지어 발렌시아는 그 유명한 빠에야의 고장이 아닌가! (사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발렌시아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조용한 마을 엘팔마르가 빠에야의 진원이다)




주말동안 나홀로 분주히 돌아다니며 실컷 걷고 실컷 생각하니 허공을 떠도는 듯한 감정이 조금 다잡혔다. 나는 그 전보다 더 나의 일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여행이 이렇게 몸과 정신 건강에 좋은 거다. 많이 돌아다니자. 많이 걷자. 많이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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