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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Aug 07. 2019

스페인에 가면,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었던 것

발렌시아의 8월, 스페인 유학생의 여름나기



구름이 예쁜 날이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별 보고 출근해 달 보며 퇴근하던 시절, 푹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가장 하고싶은 것 중 하나는 ‘하늘을 마음껏 올려다 보기’였다. 나의 눈과 목은 이미 노트북과 핸드폰의 위치에 거의 고정되다시피 위치해 있었고 마음껏 하늘을 올려다 본 기억이 까마득했다


그래서 발렌시아에 살던 동안 하늘 사진을 유독 많이 찍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컷 하늘을 올려봤다. 그 ‘하늘색’을 눈에 가득 담았다







지난 7월 다녀온 근교 여행 영상을 부지런히 편집했다. ‘일’로 작업하는 유튜브가 아닌 나 자신의 유튜브를 소소하게 운영해보고 싶었다. 더 정확히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싶다기보단 그간 사진과 글로 전하던 내 여행, 내 스페인을 영상으로 좀 더 생생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글쟁이의 습성이 오랫동안 몸이 베인 탔인지 나는 영상편집에 썩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일단 올해는 매주 영상을 하나는 올릴 것”이라는 2018년도의 미션을 무사히 마친 것으로 충분한 듯 하다







더운 날의 영상을 더운 날에 편집하고 있다보니 블루베리에이드가 갑자기 격하게 땡겼다. 레몬에이드도 오렌지에이드도 아닌, 정확히 블루베리에이드였다


하지만 발렌시아에는 (최소한 내가 알기로는) 블루베리에이드를 파는 카페가 없고, 나는 이렇게 특정 식음료가 떠오르면 그걸 먹을 때까지 해소되지 않으니... 어느 날 슈퍼에서 블루베리 한 팩과 사이다 한 통을 사다가 실컷 만들어 먹었더랜다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지. 벤엔젤리 쿠키도우 취향입니다






또 다른 나의 버킷리스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쭈욱 만화가를 꿈꿨고 20살 이후 오래 그림을 그리지 못했지만, 굳어버린 손에 어릴적만큼도 그려내지 못하는 내 실력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나에게 가장 큰 행복감을 안겨주는 건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10대때의 애정과 열정은 다른 곳으로 이사라도 간 것인지.... 매일 꾸준히, 열정적으로 집중해서 그리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도 이 때부터 지금까지 1년동안 나는 틈이 나면 그림을 그리고 있고, 그런 나의 일상을 사랑한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던 중 핵폭탄이 떨어졌다. 주방 찬장에 권연벌레가 꼬이기 시작한 것


처음 한 두마리 보일 때는 밖에서 벌레가 들어온건가 싶었는데 개체는 날이 갈수록 많아졌고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해서 어느 날 벌레가 더 더 많은 쪽으로 시선을 옮겨보니 그 곳에는 예전에 살던 아이가 남기고 간 빵가루.... 지금은 벌레의 집이 된 빵가루가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끔찍한 광경이었던지라... 이 사건에 대해서는 더 깊이 쓰고싶지가 않다







스페인의 햄버거 체인 브랜드인 TGB(The Good Burger)에서는 얼음잔에 나오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여름날의 얼음잔 맥주는 2유로(약 3천원)의 행복이다. 특히나 이 나라에서는 얼음잔을 보기 힘드니 말이다







하루는 발렌시아 시내에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에갔다. 규모는 작지만 입이 떡 벌어지는 화려함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발렌시아에서 가 본 관광지 중에 가장 큰 입장료(5유로)를 쓴 곳이기도 하다. 입장료가 비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는 달리 이 작고 예쁜 도시의 박물관들은 입장료가 무척 저렴하다. 매주 일요일에는 대부분 무료 입장일 정도니!







처음 만들어본 찹스테이크는 참 맛있어서 연달아 이틀을 만들어 먹고는 이후 한참을 해 먹지 않고 있다. 가급적 고기보다는 야채 중심의 식사릉 하려한다 (쉽지 않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도통 요리할 일이 없다가 해외살이를 시작하고는 거의 70-80%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다. 금전적으로도 저렴하고 한식을 먹기 위해서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서는 요리해 먹을 수 밖에 없다







글도 나름 열심히 썼었나 보다. 2019년 8월의 나는 글을 참 안 쓰고 있는데 말이다. 그만큼 카페도 덜 나가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어릴적부터 집에서는 통 집중을 잘 못했다. 온전히 휴식하기 위한 공간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서 발렌시아에서 스페인 생활을 하던 때에도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는 보통 카페에 갔다


지금은? 지금은 카페에 그때처럼 자주 가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산세바스티안 물가가 부담되니깐....







미아를 만나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말바로사 해변으로 갔다. 여름에는 광장이나 해변 등에서 이렇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이벤트가 간간히 있었다. 야외에서 이렇게 보는 영화도 처음이라 신기한 경험이었고, 그게 또 무료라서 더욱 좋았다


이 날의 영화는 라라랜드(La la land) 이미 몇 번을 본 영화였기 때문에 나의 어수룩한 스페인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데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 -스페인에서는 외화는 거의 스페인어 더빙으로 영상이 나온다-







오랜만에 뛴 날. 주홍빛으로 넘어가는 하늘이 참 예쁘장하다 싶더니 아직 밤하늘로 바뀌기 전, 푸르스름한 하늘색과 휘영청 뜬 달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그렇게 스페인 발렌시아에서의 8월이 잘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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