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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Aug 14. 2019

핑크 호수를 만나다 - 스페인 또레비에하

분홍색 물감을 푼 듯 아름다웠던 핑크호수




아침부터 길에 나섰다. 발렌시아에서 핑크호수가 있는 또레에하까지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았지만 나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는 사람은 차를 끌고가는 것보다 두세배는 더 걸리기 때문이었다


우선 발렌시아에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근교 도시인 알리칸테로 가야한다. 알리칸테 버스터미널에서 작은 마을인 또레비에하로 가는 버스를 타고, 또레비에하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호수쪽으로 가는 버스를 다시 한 번 타야한다. 그러니 동틀녘부터 움직일 수 밖에


주말에 당일치기로 다니는 여행은 나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같은 것이었다. 이번주에 있던 일과 다음주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이미 또레비에하 핑크호수에 먼저 오간 블로거들의 글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며 가다보니 어느 새 호수에 다다랐다







그렇게 만난 또레비에하 핑크호수는 가히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핑크색이 아니었어요’, ‘포토샵으로 좀 보정했어요’라는 평도 많았지만 내가 만난 핑크호수는 내 예상보다 더 색도 짙고 예뻤다. 안 예쁘다고, 별로라고 했던 사람 누구야. 이렇게나 예쁜데







사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호수는 ‘분홍색상을 조금 띈’ 정도였는데 해가 중천에 오르고 기온도 얼씨구나하고 따라 오르니 호수색도 점점 진해져갔다. 해서 또레비에하 핑크호수를 제대로 즐기려면 여름, 날씨가 좋은 날에 가야 한다고 한다


또레비에하가 이 밖에 관광거리가 딱히 있지도 않고, 워낙 작은 동네이기 때문에 이 곳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얕은 물 아래에는 굵디 굵은 소금이 잔뜩 깔려있어 맨발로 걷기에는 조금 아프다. 지압돌 길과 비슷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조금 다르다. 지압돌에 비해 이 소금들은 더 작고, 더 모가 나 있으니깐. 처음에는 그냥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곧 샌들을 신기로 했다. 물에 젖어도 되는 신발을 신고 온 게 천만 다행이었다


아. 핑크호수에 간다면 주의/참고할 것

- 기온이 높고 맑은 날에 갈수록 색이 진하다

- 방수되는 신발을 신고 가면 편하다

- 밝은 옷을 입고 가면 셀카가 더 잘 나온다

- 발과 다리에 붙은 소금을 씻기 위해 최소 1.5리터의 물을 준비해가자 (제일 중요하다)







‘스페인 여행 일주일 가는데 여기도 갈까요?’라고 물어본다면 사실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기는 조금 어렵긴 하다


- 예쁜 풍경을 보고 예쁘게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한다면 만족도가 높을 장소이다

-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기때문에 동선을 꼬아가면서 오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발렌시아에서 가는 건 비교적 간단한 편이나,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당일치기로 오가기엔 버겁다)

- 그럼에도 오고 싶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알리칸테와 또레비에하를 묶어 1박2일로 들려가기를 추천한다


해서 지금 8월, 스페인 여행이 예정되어 있거나 여행중이라면 이 아름다운 핑크 호수도 여행지로 한 번 고려해보시기를 :)







알리칸테




또레비에하에서 발렌시아로 돌아가는 길, 알리캄테를 슬쩍 둘러봤다. 버스와 버스 사이. 세시간 남짓한 시간이라 가볍게 알리칸테의 아름답다는 해변과 성을 둘러보고 가기로







산후안 해변(San Juan Playa)은 발렌시아 해변과 비슷한 듯 달랐다. 그보다 좀 더 깨끗하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던 알리칸테 산 후안 해변. 그래서 이 곳에 일년간 산 사람이 격정적으로 추천해주었구나 싶었다







스페인은 거진 모든 도시에 카스티요(성)가 있어 이제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일만도 하건만 알리칸테에서 오른 성과 성에서 바라본 도시는 아름다웠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유독 좋았다. 한 켠에 붙어있는 클래식콘서트 포스터를 보고 시기를 못 맞춰 왔음이 아쉬웠다







성을 둘러보고 다시 시내, 산타 크루즈 지구를 거쳐 버스터미널로 걸어갔다. 산타 크루즈 지구에는 곳곳에 길고양이들이 있어 자꾸만 시선을 뺏겨버렸다. 그러다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훌쩍 넘어서 저녁을 먹을 시간이 사라져버렸다. 아쉬운나마 이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젤라또 가게에 들려 젤라또를 한 컵 샀다. 짧은 여행을 되돌아보며 길을 향한다. 다음에는 다시 한 번 좀 더 여유롭게 오리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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