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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Aug 15. 2019

발렌시아 공항가는 첫 차

스페인 대중교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다




언제나처럼 지도 어플을 키고 경로를 체크했다. 오전 05시 03분, 시내에서 발렌시아 공항으로 가는 첫 차(지하철)가 있었다. 넉 달 전, 아침 비행기를 타러갈 때는 택시를 타고 갔던 터라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전철을 타러 가는 건 처음이었다


발렌시아 공항은 시내에서 불과 8km정도 떨어져 있다. 가까운 거리 덕분에 택시를 타고 가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15유로 정도이며 10-15분 소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하철 3, 5호선이 발렌시아 공항까지 간다. 최근 공항가는 전철표 가격이 올라 편도는 4.90유로, 왕복으로 끊으면 8.40유로다. 마찬가지로 20분 내로 도착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생각보다 걸음이 느렸나보다. 5시가 다 된 걸 확인하고 빠르게 표를 끊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전철은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고개를 둘러봐도 전철은 커녕 기다리는 사람조차 한 명 없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보니 “1시간 40분 뒤에 공항행 전철이 옵니다”는 당황스런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젠장








이미 표도 찍고 들어와서 다시 나갈 수도 없다. (나가기엔 돈이 아깝지 않은가) 그리고 나간다고 해도 딱히 할 일도 없다. 여긴 음식점이고 카페고 24시간 열려있는 곳이 흔한 서울이 아니다. 아니 그래도 첫 차 6시 40분은 좀 너무한 것 같다. 요즘 파업이 많다는데 얘네도 파업이라도 하는 중인걸까. 아니 사실 발렌시아가 첫 차가 늦게있고 버스 간격도 길긴하다.


아무튼 나갈 수는 없다. 난 여기서 1시간 40분을 바티기로 했다. 그리고 곧 이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분이 지났다.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이 2명 늘어났다. 그들도 나처럼 지도앱을 보고 살짝 들뜬 마음으로 온 것일까. 옆 의자에 앉은 남자는 ‘06:40 공항행 열차’를 보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고 감탄사를 몇 번 날리다가 나에게도 “저게 첫 차 맞냐”며 확인사살을 했다



남은 시간동안 그간 못 읽은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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