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Bonic 페스티벌
8월 내내 휴가를 떠나 있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가게도 하나둘 문을 다시 열었다. 더위에 지친 듯 축 늘어져있던 도시는 그렇게 활력을 되찾았다
Bonic, Feria de mercados
9월 초부터 시내 곳곳에는 ‘Bonic’이라 쓰인 광고가 곳곳에 붙었다. 일 년 전 9월 15일, 그러니까 세 번째 토요일이었던 그 날에는 각 지구(barrio)마다 있는 재래시장에서 축제가 열렸다
아마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시장은 바르셀로나의 ‘보께리아 시장’일 것이다. 하루에 들러가는 수가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곳이지만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활력이 기분 좋아 바르셀로나에 갈 때면 나도 가끔 들르곤 한다
사실 한국의 오래된 시장들도 좋아해서 국내여행을 할 때면 중앙 시당 등에 꼭 들르곤 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의 시장에 다시 발길이 가는 것 같아 기쁘다.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다니며 보던 그 모습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바르셀로나도 그리고 내가 살았던 발렌시아에도 각 동네(barrio)마다 시장이 있었다. 슈퍼마켓보다 더 저렴하게, 더 신선한 음식을, 딱 필요한 만큼만 구입할 수 있으니 혼자 사는 나에게는 더없이 적합했다. 지금 살고 있는 산세바스티안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게 아쉽지만 도시 곳곳에 야채 과일가게가 있으니 문제없다
아무튼 이 날은 시장의 가게들이 타파스 바로 변신한다. 정육점은 작은 햄버거나 쵸리조, 하몽을, 야채 가게에서는 다양한 핀초를, 과일 가게에서는 과일이 듬뿍 올려진 타르트를 판다. 물론 음료도 파는데 이 음료 가격이 무척이나 착하다. 1-2유로에 살 수 있는 맥주를 먼저 하나 시켜 손에 들고 두리번거리며 뭐를 시켜 먹을지 돌아다녔다
늘 장을 보러 가던 그곳은 마시고, 먹고, 즐기는 공간이 되어 있고 이 날은 가게 주인들도 단골손님들과 좀 더 떠들썩하게 수다를 떤다
원래 발렌시아 중앙시장(mercado central)을 갈까 하다가 ‘거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손사래를 치는 학원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까바냘 시장으로 갔다. 여기마저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참 잘한 결정이지 싶다
아이들까지 합세하여 온 가족이 놀러 나오기 때문에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각 시장마다 중간중간 볼거리 공연을 펼치기도 해서 그들에게 이 날은 더없이 좋은 일상의 축제날이다
해가 지고 여기 사람들이 저녁 먹을 시간이 되니(스페인 사람들은 보통 밤 9시 혹은 10시에 저녁을 먹는다) 사람이 더 몰려들었다. 우리는 시장에서 나와 옆 주차장에 세워진 무대공연을 보며 분위기를 더 즐기기로 했다. 종이 폭죽이 터지니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아이들이 신이나 꺅꺅거린다. 바닥에 웅크려 종이를 두 팔로 잔뜩 모으고 친구들에게 뿌려가며 다시 한번 꺅꺅거린다
그렇게 이 사람들은 오늘을 마음껏 즐기고 다가올 일 년 뒤를 기다린다. 시장 사람들도 손님들도 모두 즐거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