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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Sep 04. 2019

1년에 한 번, 동네 시장에서 열리는 타파스 축제

매년 9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Bonic 페스티벌




8월 내내 휴가를 떠나 있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가게도 하나둘 문을 다시 열었다. 더위에 지친 듯 축 늘어져있던 도시는 그렇게 활력을 되찾았다




Bonic, Feria de mercados

9월 초부터 시내 곳곳에는 ‘Bonic’이라 쓰인 광고가 곳곳에 붙었다. 일 년 전 9월 15일, 그러니까 세 번째 토요일이었던 그 날에는 각 지구(barrio)마다 있는 재래시장에서 축제가 열렸다


아마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시장은 바르셀로나의 ‘보께리아 시장’일 것이다. 하루에 들러가는 수가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곳이지만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활력이 기분 좋아 바르셀로나에 갈 때면 나도 가끔 들르곤 한다


사실 한국의 오래된 시장들도 좋아해서 국내여행을 할 때면 중앙 시당 등에 꼭 들르곤 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의 시장에 다시 발길이 가는 것 같아 기쁘다.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다니며 보던 그 모습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바르셀로나도 그리고 내가 살았던 발렌시아에도 각 동네(barrio)마다 시장이 있었다. 슈퍼마켓보다 더 저렴하게, 더 신선한 음식을, 딱 필요한 만큼만 구입할 수 있으니 혼자 사는 나에게는 더없이 적합했다. 지금 살고 있는 산세바스티안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게 아쉽지만 도시 곳곳에 야채 과일가게가 있으니 문제없다







아무튼 이 날은 시장의 가게들이 타파스 바로 변신한다. 정육점은 작은 햄버거나 쵸리조, 하몽을, 야채 가게에서는 다양한 핀초를, 과일 가게에서는 과일이 듬뿍 올려진 타르트를 판다. 물론 음료도 파는데 이 음료 가격이 무척이나 착하다. 1-2유로에 살 수 있는 맥주를 먼저 하나 시켜 손에 들고 두리번거리며 뭐를 시켜 먹을지 돌아다녔다


늘 장을 보러 가던 그곳은 마시고, 먹고, 즐기는 공간이 되어 있고 이 날은 가게 주인들도 단골손님들과 좀 더 떠들썩하게 수다를 떤다




다양한 보카디요(샌드위치)들
화려한 과일가게
맛있는 타르트가 가득하다
인기 많았던 해산물가게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원래 발렌시아 중앙시장(mercado central)을 갈까 하다가 ‘거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손사래를 치는 학원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까바냘 시장으로 갔다. 여기마저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참 잘한 결정이지 싶다


아이들까지 합세하여 온 가족이 놀러 나오기 때문에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각 시장마다 중간중간 볼거리 공연을 펼치기도 해서 그들에게 이 날은 더없이 좋은 일상의 축제날이다







해가 지고 여기 사람들이 저녁 먹을 시간이 되니(스페인 사람들은 보통 밤 9시 혹은 10시에 저녁을 먹는다) 사람이 더 몰려들었다. 우리는 시장에서 나와 옆 주차장에 세워진 무대공연을 보며 분위기를 더 즐기기로 했다. 종이 폭죽이 터지니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아이들이 신이나 꺅꺅거린다. 바닥에 웅크려 종이를 두 팔로 잔뜩 모으고 친구들에게 뿌려가며 다시 한번 꺅꺅거린다


그렇게 이 사람들은 오늘을 마음껏 즐기고 다가올 일 년 뒤를 기다린다. 시장 사람들도 손님들도 모두 즐거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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