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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Aug 23. 2020

시드라 양조장 ‘시드레리아’에 가다

스페인 북부 음식을 맛보고 시드라를 무제한 마시는 곳


(2019년 2월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스페인 술'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샹그리아를 떠올리겠지만,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에는 더 특별한 술이 있다. 바로 바스크 해안 근처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인 '챠콜리'와 오늘의 이야기의 주인공 '시드라'. 시드라는 사과로 만든 발효주로 식초처럼 조금 쿰쿰한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브랜드마다 혹은 양조장마다 맛 특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한 술집에서 여러 잔을 마시는 것보다는 여러 술집에서 다양하게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슈퍼마켓에서 살 수도 있고, 시내의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마셔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여행자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바로 '시드레리아'라고 불리는 시드라 양조장. 여러 종류의 시드라를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또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보통 산세바스티안 시내가 아닌 외곽에 양조장이 있지만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당일치기의 빡빡한 일정이 아니라면 다녀올만하다. 또한 바스크 지역의 전통음식도 함께 맛볼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Astigarraga에 있는 한 시드레리아. 5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가깝고,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는 곳이다. 스페인이 우리나라보다 날씨가 온화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2월, 아직은 겨울인데도 시드레리아를 찾아가는 길에는 이미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안 찍을 수가 없었던, 너무 예쁜 집






시드레리아 운영 시즌이 아니기도 했고(비시즌 때는 문을 닫거나, 주 1-2회만 연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간지라 양조장 내부는 비어 있었다. 성수기 때는, 특히 저녁 시간에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지인들과 먹고 마시고 놀러 온 사람들로 꽉 들어차서 엄청나게 시끌벅적하다고 한다. 다음(=올해)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생각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은 어려울 듯싶다. 시드레리아에서만 볼 수 있다는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손님이 거의 없던 덕분에 사진은 아주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시드레리아에는 10개의 오크통이 있었다. 모든 종류를 다 마셔봤는데, 각 오크통마다 시드라의 맛이 조금씩 달랐다. 무제한으로 시드라를 마실 수 있다고 위에서 말했지만 모든 시드라를 마음대로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 중 2개 오크통은 우리가 마시고 싶을 때 따라서 마실 수 있었다. 나머지는 직원이 오크통을 오픈할 때만 가능하다. 자리에 있다가 직원이 "쵸치(Txotx)"하고 말을 하면 우리는 잔을 들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안 취했는데, 사진들이 왜 이리 흔들렸을까



시드라를 따를 때는 기포가 생기도록 병을 높이 들어 따라야 한다. 높게 해서 따라야 한다. 시드레리아에서 마실 때도 꼭지 근처에 컵을 대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컵을 낮춰서 시드라를 받아내는 게 정석이다. 병으로 시드라를 따를 때는 여기저기 흘리기 일쑤였는데(여기 현지인들은 한 방울 안 흘리고 잘 따른다. 프로페셔널!) 이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애피타이저부터 맛있었다
Tortilla de Bacalau, 대구를 넣은 스페니쉬 오믈렛
아 이거 뭐였는지 기억이....
Txuleta! 보기보다 엄-청 큽니다
디저트는 퀄리티 높은 치즈와  membrillo
그리고 호두
사과 쿠키마저도 맛있었다



시드레리아마다 구성이나 가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이렇게 코스 요리를 먹으며 시드라를 마시는 것으로 30-40유로 정도이다. 산세바스티안이나 톨로사 시내에서 괜찮은 츌레타를 먹으려면 그거 하나로 40유로는 나오는데,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정말 괜찮은 가격이다. 게다가 맛도 아주 훌륭하다.


아직 산세바스티안에 놀러 온 지인들을 시드레리아에 데리고 가본 적은 없다. 분명 열이면 열 명 모두 좋아할 텐데, 일정이나 시즌이 맞지 않았다. 코로나가 끝나고, 친구들이 스페인에 놀러 오고 같이 시드레리아에 가서 시끌벅적하게 먹고 마시고 떠드는 날을 기다린다.


내일은 1여 년 만에 시드레리아에 간다. 오늘은 조금 들뜬 마음으로 잠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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