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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Apr 22. 2020

친구야 스페인 음식으로 배 터지게 해 줄게

친구의 스페인 발렌시아 방문, 먹고 또 먹기


H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곧 떠날 이탈리아 북부 여행에 마음에 설레어서 '온전한' 일상으로는 돌아가지 않겠지만 말이다.


H는 한 달간 스페인과 이탈리아, 두 나라를 여행하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심플하게 여행 계획을 세워 왔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 2주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렌시아를 거쳐 세비야까지, 그리고 이탈리아도 북부 베네치아, 피렌체부터 로마를 거쳐 남부 투어까지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꽤 빡빡한 일정이었다.



도시를 두어 개 빼는 게 어때?


나와 같이 그녀도 보고 듣고 찍는 걸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H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해보겠다고 답했다. 각 도시마다 이미 보고 싶은 것들이 많이 리스트업 되어 있을 테니 쉽지는 않겠다 싶었다.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여행이 풍부하고 즐겁게, 잘 흘러가기를 기도하는 것뿐. 나의 도시 발렌시아를 포함해서 말이다.



발렌시아가 물가 싸다며


발렌시아 일정 마지막 날. 지출내역을 체크하고 여행경비를 정리하던 H가 말했다. 그렇다. 발렌시아는 스페인 내에서도 물가가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할 거리도 일거리도 더 많은 바르셀로나를 선택하지 않고 내가 이 곳으로 어학연수지를 선택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물가였다.


그런 발렌시아에서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의 식비를 지출했으니, H가 의문을 가질 만도 했다. 하지만 나의 답변은 분명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식당에 가서 제대로 식사를 먹기보다는 타파스 바에서 혹은 카페에서 가볍게 밥을 먹은 경우가 많았으니 아마 더 비교가 됐을 거였다. "제일 맛있고 좋은 곳으로만 갔으니깐!" H도 그 말에 곧 수긍했다.


그렇게 풍부했고 맛있었던 우리의 발렌시아




Restaurante Navarro


발렌시아 시내 중심에 위치한 나바로 레스토랑은 빠에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스페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3대째 이어 운영되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꽤 오래된 곳이지만 인테리어도, 서비스도 더없이 깔끔하고 좋다. 게다가 음식도 맛이 좋으니 손님 10명을 데려가도 10명 모두 만족하는 곳이다. 가격은 제법 있는 편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 곳을 갔다.


늘 빠에야를 주문하고, 인원을 봐서 추가 메뉴를 주문하고는 했는데(빠에야가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한데 두 명이서 빠에야 2인분을 주문해서 먹으면 이미 배가 부르다) 오늘은 처음으로 빠에야를 주문하지 않았다. 어차피 H와는 빠에야의 찐 고향 엘 팔마르(El palmar)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빠에야는 거기에서 먹으면 된다. 대신 이것저것 여러 요리를 시켜보기로 했다. 결과는? 다 맛있었다.



오랜만에 샹그리아
이 집, 사실 해산물 요리가 엄청 맛있다
처음 시켜본 라비올리도 맛있었다
왜 새우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걸까


▼ 홈페이지


Restaurante Navarro는 예약 방문을 추천하며, 빠에야의 경우 미리 주문을 넣어야 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메뉴판도 확인 가능하다.




Bar Gardens


위에 소개한 Navarro를 비롯해 Saona에서도 코스로 요리를 먹었지만 늘 그렇게 레스토랑만 방문한 건 아니었다. 타파스 바도 심심치 않게 방문했는데 그중에 나도 처음 가 본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 곳 Bar Gardens다. 


발렌시아 지역 타파스를 맛볼 수 있고 맛도 좋고 저렴하다고 현지인(학원 선생님)에게 추천받은 곳. 추천받은 대로 음식도 맛있었고 가격도 저렴했으나 이 날 이미 점심을 배가 터질 정도로 먹어서, 위가 아플 정도로 먹어서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이 에러. 컨디션만 좋았다면 타파스 두어 개는 더 주문했을 텐데 아쉽다.



스페인에서는 알카초바(안티초크)를 참 많이 먹는다. 그리고 알카초파는 맛이 있거나 없거나가 확 나뉜다. 요리사의 능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알카초파. 그리고 이 집은 아주 맛있었다
투박한 샐러드에 들어간 리코타 치즈는 또 왜 그리 맛있던지
우리의 사랑, 해산물 타파스도 하나 주문하고
감자+하몽+계란 조합도 참 훌륭하다




Cañas y Barro


빠에야는 '스페인 음식'의 대표 명사처럼 생각되어진다. 그래서인지 스페인을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은 도시와 상관없이 '스페인에 왔으니 빠에야를 먹어봐야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십여 년 전 처음 스페인 여행을 하던 나도 그랬고 말이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하다는 빠에야 집에 가서 Sin sal por favor(소금 넣지 말아 주세요)를 외쳤다-


빠에야(Paella)는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의 음식이다. 정확히는 발렌시아 지역에 있는 엘 팔마르(El Palmar)라는 작은 마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발렌시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이 마을은 현지 사람들도 주말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러 많이 방문한다. 여기 사람들에게 빠에야, 빠에야 식당은 '주말 점심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러 가는 곳'이다.


엘 팔마르의 식당들은 다들 여느 정도 퀄리티가 꽤 있다. 그들이 만드는 빠에야는 '짭조름한 맛'이지 '짠맛'이 아니기 때문에 'Sin sal por favor'를 외치지 않아도 된다. 가장 대표적인 빠에야로 닭고기와 토끼고기, 달팽이 등이 들어있는 Paella Valenciana와 샐러드를 주문했다. 빠에야도 샐러드도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지만 우리는 중간에 숟가락을 놓지 못하고 깨끗이 다 먹었다.



뒤에 와인병과 비교해보면 빠에야(팬)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추천받아 주문한 와인도 아주 훌륭했다




Central Bar


바르셀로나 중앙시장(Mercado Central)에 위치한 센트럴 바(Central Bar)는 현지인에게도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시간을 잘 못 맞춰 가면 자리에 앉기 위해 1시간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오전에 학원 수업이 끝나자마자 뛰어가니 다행히 긴 줄을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맥주 한 잔 걸쳐 타파스로 허기를 달래고, 활기찬 중앙시장의 모습을 구경 다니면 딱 좋다.



비싸지만 맛있었던 새우와, 샐러드
이 집은 크로케타(크로켓) 맛집이다



센트럴 바에 간 이 날이 H가 발렌시아에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밤에 야간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로 긴 여정을 떠날 H를 위해 저녁은 간단히 한식을 조리해 우리 집에서 먹기로 했다. 


프랑스에 반년 가까이 살면서 밥보다 파스타를 자주 해 먹고, 김치보다 올리브를 많이 먹었다는 H는 "나 한식 안 먹어도 괜찮은데"라고 했지만, 나는 '1-2주 여행이면 몰라도 한 달 여행인데 된장찌개 한 번은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된장찌개와 애호박전을 준비했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맛있게 저녁을 먹어준 H는 "이래서 다들 외국 여행 가서 한식당 가는 거구나"라고 평을 해주었다. 더없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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