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SJ Apr 26. 2020

스페인 유학생에게 한식당이란

발렌시아 힙플레이스 루싸파에 새 한식당이 생겼다



여행을 다닐 때 나는 딱히 한식을 찾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먹어보고 싶은 현지 음식이 많았고 여행 기간은 짧았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살게 된 이후로는 완전히 얘기가 달라졌다. 나는 늘 밥을 찾았고 찌개를 그리워했다. 대도시로 여행을 갈 때면 베트남 식당이나 다른 아시안 식당을 꼭 한 번은 들렀다.


발렌시아는 한식당이 몇 곳 있었지만 매일 10유로가 넘는 돈을 쓰면서 외식할 수는 없었다. -중식당은 비교적 저렴해서 종종 갔다- 0에 가까웠던 요리실력은 조금씩 늘어났다. 이것저것 해 먹어왔지만 나는 그래도, 한식을 먹으면서도 한식이 그리웠다.





그러던 중 발렌시아에 새로운 한식당이 들어섰다. 그것도 내가 거진 매일 가는 루싸파(Ruzafa)지역에 말이다. 루싸파는 서울로 치면 이태원이나 망원동, 연남동 같은 곳으로 빗대어 볼 수 있겠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무엇보다 괜찮은 카페가 많은 곳이다.


여기에 일식집은 몇 곳 있지만 이 지역에 한식집이 생기는 건 처음이다. 거기다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꽤 모던해 보인다. 지금까지 유럽여행을 하면서 봐왔던 전형적인 한식당과는 달라 보였다.





마침 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가 한식당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예약을 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윤식탁’-아마도 사장님 성이 윤씨겠지!?-은 예약 방문을 추천한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에 못 앉거나 웨이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다.


가게에는 단체 손님이 앉을만한 큰 테이블 하나와 2-4인용의 테이블이 8개 남짓 준비되어 있었다. 요리를 맡은 윤사장님과 홀서빙을 맡은 그녀의 스페니쉬 남편이 이 윤식탁을 이끌어가는 직원 전부다. 덕분에 식당이 꽉 차 있을 때는 뭐를 달라고 부르기 미안해질 정도로 두 사람은 엄청 바빠진다. 이 식당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손님인 나는 은근슬쩍 한국어로 말을 건넨다.


사장님, 메뉴판 가져가서 보고 있을게요!”





윤식탁의 주요 메뉴는 ‘쌈’이다. 세 가지의 쌈이 준비되어 있다. 같이 온 친구들에게는 쌈을 먹는 방법을 내가 설명했지만 다른 손님이 오실 때는 사장님들이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시려나? 스페인 사람들은 잘 받아들이고 그렇게 쌈을 싸 먹으려나? 스페인과 한국의 사이에 있는 나는 언제나 궁금한 것 투성이다.


스페인에서 유럽인 학생들을 통해 듣고 알게 된,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 중 하나는 유럽에서 이제 한식이 슬슬 트렌드의 반열에 올라가고 있다는 것.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다- 그리고 한식을 몇 차례 먹어봤거나 즐기는 이들은 ‘쌈’이라는 단어를 안다는 것.





쌈 외에 다른 메뉴도 있다. 김밥과 라면, 잡채와 된장찌개가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메뉴가 많지는 않지만 정갈하고 맛있다. 작은 반찬은 추가 비용을 내고 주문해야 하는데 그날그날 반찬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 재밌다.


유럽에는 채식주의자가 많고, 오늘 나와 같이 온 친구들 사이에도 채식 주의자가 두 명이나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잡채를 시켰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잡채를 한 그릇 더 주문했다. 유럽 사람들과 한식을 먹을 때마다 잡채는 정말 백승 백전이었다. 같이 살던 멕시코 아이는 나한테 당면 좀 구해다달라고 할 정도였지.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친구들이 다들 맛있었다며 그릇을 싹싹 비운 걸 보니 괜스레 내가 다 뿌듯하다.


해외생활에서 한식당의 의미는, 한식당이 주는 임팩트는 참 크다. 고국에서의 맛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이 식사하는 이에게 우리나라의 음식을, 우리나라의 식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모쪼록 좋은 한식당이 계속 생겨나기를, 또 외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야 스페인 음식으로 배 터지게 해 줄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