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SJ Jun 11. 2020

스페인 북부 도시, 산세바스티안의 첫인상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산세바스티안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발렌시아를 떠나 산세바스티안으로 왔다. 아직은 ‘미식의 도시’ 정도로 국내에 알려져 있는 산세바스티안은 미식은 물론이요 아름다운 해변, 바르셀로나나 안달루시아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또 다른 스페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바르셀로나가 자신을 스페인 사람이라고 하기보다 카탈루냐 사람이라고 말하길 선호하는 것처럼 이 곳 산세바스티안 사람들도 바스크 왕국(País Vasco)을 더 우선시한다. 길거리에서는 현지인들이 바스크 언어인 에우스케라(Euskera)로 얘기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굉장히 멋지고 매력적인 곳이지만 사실 산세바스티안에서 어학연수를 할 계획은 없었다. 몇 개월 여행 하 듯 어학 공부를 하는 거면 모를까, 백수 모드인 나에게 이 곳의 물가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아닌 게 아니라 산세바스티안은 스페인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다


그럼에도 내가 이 곳으로 도시를 옮긴 이유는 분명했다. 남자 친구가 장거리 연애를 힘들어했고 그에 나도 덩달아 힘들었다. 돈의 문제는 아껴 쓰며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사람의 감정 문제는 그렇게 심플하지 않다. 누군가는 무모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산세바스티안에서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결정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아, 스페인 북부는 워낙 날씨가 궃어서 빨래가 잘 마르지 않을 때면 종종 발렌시아를 그리워 하긴 했다-


해서 산세바스티안과의 만남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전에는 며칠간 여행한 게 전부였던 터라, 이렇게 생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집을 구하고 짐을 옮기고, 냉장고에 식재료를 채우고. 산세바스티안에 적응해가던 1년 전, 이 도시로부터 받은 인상을 이야기해본다






나는 워낙 보고 듣는 걸 좋아하는 데, 내가 산세바스티안에 옮겨온 때에 광장에서 피카소의 명작 ‘게르니카’와 관련된 작은 전시를 하고 있었다. 무료 전시고 규모는 작았지만 전시 내용은 알찼고, 매 시간 진행되는 가이드도 좋았다


산세바스티안 박물관 등의 가이드는 대부분 스페인어(castellano)와 바스크어(euskera)로 진행된다. 아직 미숙 하디 미숙한 스페인어 실력을 가진 나에게 가이드의 설명은 잘 들리지도, 이해되지도 않았지만 그저 우연히 만난 이 멋진 전시전과 가이드 투어 그 자체로도 좋았다






발렌시아에 비해 카페는 적지만, 글을 쓰러 노트북 들고 갈만한 카페를 찾아냈다. 한국처럼 힙해 보이는 카페는 없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찾고, 적응하려 했다. -한국 같은 카페는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에나 있다- 뭐 결국은 이 카페보다 도서관이 더 집에서도 가깝고, 깔끔하고, 돈도 안 들어서 카페보다는 도서관을 애용하곤 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늘 집에만 있지만, 이제 조금씩 괜찮아지겠지. 희망을 가져본다






산세바스티안의 6월은 초록이다. 도시에도 나무가 많고 도시에서 조금 밖으로 벗어나면 산이 있는 이 곳은 봄이 지나 여름이 되면 나무의 초록빛으로 시야가 채워진다. 그 녹음 사이를 수국이 꽃을 피우며 알록달록하게 꾸며준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조깅을 했다. 매년 봄 여름은 관리 기간이다. 올해는...? 올해는 인생 역대급 몸무게를 찍었다. 더 씁쓸한 것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다리를 심하게 접질려서 당분간 운동은 어림도 없다는 거다






산세바스티안 도심에는 강도 흐른다. 도심에서는 산도 강도 보이지 않던 발렌시아에서 1년 살았다 보니 이 곳의 이런 자연 풍경이 썩 마음에 든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어학원,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시작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페인 1년, 발렌시아와 인사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