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동안 불꽃놀이,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세마나 그란데
스페인의 여름은 뜨겁다. 비록 해가 쨍한 날보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 더 많은 스페인 북부, 산세바스티안이지만 여름만큼은 이곳도 뜨겁다. 그 시즌을 축하하기 위해서인지 스페인 북부 지역에서 유독 크게 벌이는 축제가 있으니, 그게 바로 세마나 그란데(Semana Grande)다. 바스크 지역에서 진행되는 이 축제는 도시마다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축제 일정을 맞춰 도시를 이동하는 여행자도 있다.
어제까지 텅 비어 있던 광장과 길에 놀이 기구들이 설치되고, 시장이 들어서고, 크고 작은 광장에서 전통 춤과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세마나 그란데 동안은 낮에도 밤에도 도시가 축제 분위기로 달아오른다. 그중에서도 백미를 꼽자면 단연 '불꽃놀이'가 아닐까. 축제가 진행되는 1주일 동안 산세바스티안의 밤하늘에는 불꽃이 수놓아진다.
올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세마나 그란데 축제가 진행될 수 없었다. (큰 행사는 모두 취소됐고 작은 행사만 일부 통제하에 운영된다) 부디 내년에는 온전히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1년 전 지금 진행되던 세마나 그란데 축제를 회상해본다.
불꽃은 라꼰차 해변(playa de La Concha)에 설치된다. 해변 앞 바(bar)는 일찍부터 만석이기 때문에 자리 잡기 어렵다. 해변 앞 도로도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자리를 잡는다. 축제 첫 시작 날, 뒤늦게 불꽃놀이를 보러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에 도착하기 전 불꽃이 터지기 시작해 그 자리에 그냥 서서 봤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꽤 볼만했다.
8월에 이런 엄청난 축제가 있는 줄 알았다면 갈리시아행 항공권을 끊지 않았을 텐데... 자칭 불꽃 덕후인 내가 이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밖에 없었다. '내년에는 꼭 일주일 동안 7번 다 봐야지'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행사가 취소됐다-
몬테 우르굴(Monte Urgull)에서 내려보는 뷰도 꽤 좋다고 해서 다음 날은 그쪽으로 향했다. 불꽃놀이가 시작하게 거의 한 시간 전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잔디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아 챙겨 온 맥주를 혼자 홀짝였다.
나는 불꽃놀이가 정말 좋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 사람 많은 한강 불꽃 축제를 몇 번이나 갔고, 부산과 포항에서 하는 불꽃 축제도 갔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팜플로나, 그리고 산세바스티안에서 불꽃을 봤다. 그중 최고는 단연 발렌시아. 특히 라스파야스(Las Fallas) 축제와 발렌시아의 날에 터뜨리는 불꽃이 백미다. 산세바스티안 세마나 그란데 축제기간 동안 매일 다른 지역의 팀이 불꽃을 터뜨린다. 역시 발렌시아 팀이 터뜨리는 날이 제일 크고 화려했다
오랜만이 보는 불꽃놀이. 시야를 채우는 형형색색의 불꽃과 가슴을 울리는 폭죽 소리를 듣고 있자니 꼭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산세바스티안 시내 곳곳에 놀이 기구가 설치된다. 그중 가장 핫한 곳은 산세바스티안 수족관 쪽 광장과 대로. 서서 타는 바이킹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기간에는 산세바스티안에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평소에는 소매치기도 없는 도시인데 이때만은 가방, 지갑을 신경 써야 한다) 평화로운 산세바스티안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