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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릭 Mar 15. 2023

비난보다 비평을

또 다른 나날을 위해

1994년.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나는 야구에 입문했다. 

LG트윈스를 좋아하던 남편을 따라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즐겼고, 수육을 삶아 도시락으로 싸 들고 외야석에 앉아 맛나게 먹으면서 경기를 보고 선수들을 보며 재미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해, 유난히 잘했던 LG트윈스는 결국 우승을 했다. 

우승이 주는 감동이 얼마나 좋던지 신나게 웃으면서 동시에 엉엉 울었더랬다. 

그렇게 LG트윈스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야구를 보는 횟수가 늘면서 야구를 제대로 알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갖가지 정보를 통해 선수를 알아가고, 경기를 지켜보며 플레이에 대한 이해는 날로 상승했으며, 투타 스킬에 대한 탐구를 통해 나름의 평론도 할 수 있었다. 자발적 탐구활동으로 인해 나는 야구를 깊은 애정으로 품게 되었다. 


물론 “야구 한정” 0순위는 LG트윈스이다. 

애정했던 선수가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타 팀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선호하지 않았던 선수가 LG로 옮겨오는 등 변화가 있을지언정 그때그때 마음을 정비하고 LG를 사랑할 준비를 했다. 

2022년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를 통해 애정하는 선수들을 떠나보냈고, 낯선 선수들을 맞아들였지만 얼른 서운한 마음을 정리하고 낯설었던 그들의 선전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스프링캠프와 막 시작된 시범경기에서 그들을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상당할까 봐 조마조마한 심정을 가지고 기도하고 기도한다. 


그렇게 나는 야구에 진심이다. 


이번 WBC에서 팀 코리아는 처참하게 졌다. 

실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참패를 했다 해도 대꾸할 말이 없다. 

사실 중요한 호주와의 첫 경기를 지고 일본에 대패한 팀 코리아에 나 또한 많이 화가 나고 속이 상했다. 

쏟아지는 비난 기사와 영상과 댓글들에 매체를 멀리할 정도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화보다 속상함이 훨씬 컸다. 사실 화는 패배가 결정된 순간, 불끈 치솟았다가 기화(氣化)되어 사라졌고, 짙게 남은 건 속상함이었다.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던 황금시대가 분명 팀 코리아에게 있었다. 

허나 최근의 팀 코리아는 그때의 영광이 무색하게 처참한 게 사실이기도 하다. 

이번 WBC를 위해서 최정상의 선수들이 차출되었고 그들은 시즌 준비를 뒤로 두고 분주하고 바쁘게 그리고 맹렬히 훈련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라는 영광과 함께 엄청난 부담과 책임감에 짓눌리는 어깨를 스스로 달래면서 달렸을 것이다. 부족한 걸 채우려 노력했을 거고 제대로 된 전략을 짜기 위해 고심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싸우고 싶지 않은 선수가 있겠는가? 

지고 싶고 비난받고 싶은 선수가 있겠는가? 


야구는 실력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멘털의 싸움이기도 하다. 

절대적 우위의 팀이 무조건 이기지 않고, 절대적 약세의 팀이 무조건 지지도 않는 게 그 이유다. 

복잡 미묘한 여러 요소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야구란 얘기다. 


나 또한 팀 코리아의 참패를 무조건 감싸진 않았다.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찾아보고 고민했다. 

지인들과 함께 잘못된 부분에 대한 비판을 침을 튀겨가며 했고, 이 상황에 이렇게 했더라면 하며 뒷목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누구 빼고 나머지 선수들은 비행기 타고 오지 말고 헤엄쳐 오라!”느니 같은 지극히 원색적인 비난은 마음으로도 입으로도 내뱉지 않았다, 결코. 


결과에 냉철한 비판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감정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은 옳지 않다. 


이 시점, 우리(야구를 좋아하는, 야구에 종사하는)가 해야 할 일은 빈정거림과 감정이 앞선 날 선 비난을 멈추고 한국 야구 발전에 약이 될 냉철한 비평을 해야 한다. 

야구계는 냉철한 비평을 진중한 자세로 마주하고 현 상황을 각성해서 향후를 위한 고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결과에 좌절하지 말고 깨우치고 재정비하여 단단히 일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결과로 인해 가장 힘든 존재는 팀 코리아일 것이다. 

제발,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그들의 정강이를 걷어차 주저앉히는 일은 하지 말자. 


냉철한 눈으로 바라보고, 따스한 맘으로 격려할 때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그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나는 국가대표로서 노력해 준 팀 코리아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2023년 시즌이 역대 어느 해보다 알차고 감동적인 해로 기록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그중 내가 제일 바라는 한 가지! 


LG TWINS! 2023년에 꼭 우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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