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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릭 Apr 02. 2023

읽다 멈췄던 책을 마무리하며

읽다 멈췄던 책을 마무리하며, 뒤끝이 주는 여운이 이리 달콤할 수도 있구나 흐뭇 중이다.


TV로 YouTube를 연결해서 비 오는 날 벽난로가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영상을 열어두고 한참을 책 속에 집중했다.


타이핑하듯 읽어낸 이야기와 부러 편안함을 꾸려놓은 공간, 좋았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무척 괴로웠던 그 시절, 불면인 줄 모르고 아파했던 그 시절엔 순간마다 때려대는 고통을 안고 줄줄 글을 썼더랬다.


그런데 좀 덜 아파지고, 무감(無感)이 자리 잡기 시작한 무렵부터는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불가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져 버렸다.


그러다 다시 집중이 되면서 글이 줄줄 쓰인 순간이 있었다.


아빠 장례미사 때, 신부님의 강론에 필요한 아빠에 대한 정보글이랄까, 이해글이랄까... 그것이었다.


빈소 한 구석방에 엎드려 줄줄 써 내려갔던 내 아빠.


매끄럽게 미끌리는 글을 보며 역시 내 글의 원동력은 고통인가 씁쓸히 웃었다.


장례 후 엄마는 참석해 주신 지인들께 보내는 인사글을 써달라 하셨다.


울지 않고 덤덤히 써낸 글을 엄마께 전달했고 그것이 엄마의 심정과 꼭 들어맞길 바랐다.


나 또한 나름의 인사글을 써서 이모와 삼촌들께 보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글이 써지는 힘은 고통이 아니라 절실함이었다.


죽어라 힘들었던 마음이 제발 가라앉길 바랐던 절실함.


내게서 떠나가는 아빠에게 못다 한 내 진심을 알리고 싶었던 절실함.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며 나는 또 바라본다.


평화를 비는 절실함으로 다시 한번 미끌리 듯 글을 쓰고 싶다고.


#일상의감상 #돋보기를써야글이잘보이는나이 #돋보이는글이욕심나는쫄보 #이까짓거인세상에사는나 #그냥살자 #살아지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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