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간의 신뢰

관계의 베이스

by 개발자국

나는 얼마 전에 2억이라는 돈이 필요한 상황이 와서 돈을 빌리러 다녔었다. 30살도 안 된 놈이 2, 2도 아니라 2억이라니.. 가능성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게도 친구들을 잘 둔 덕분에 모든 돈을 빌리게 되었다. 너무나 고맙게도 전재산뿐만 아니라 대출까지 해주는 친구, 몇 백만 원을 그냥 주겠다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상황이 좋아져서 빌린 돈을 쓰지 않고 모두에게 다시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의리 테스트를 해버린 해프닝이 되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아쉬웠다. 나도 빌린 돈을 갚으며 나의 의리를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옛날부터 귀에 피가 나도록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있다.


"가족끼리도 돈거래하는 거 아니다"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지만 나는 이런 틀에 박힌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빌려줬으면 빌려줬지, 한 번도 빌려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돈을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의 갑을관계가 역전되는 것이었다. 나도 돈을 빌려주면서 그런 친구가 있었기에 충분히 몸소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빌린 사람이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매달 이자도 주면서 상황도 보고하며 행동을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에 갑을관계가 바뀌는 게 나로서는 절대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연한 것도 못 지키는 사람들 때문에 저렇게 귀에 피가 나도록 듣는 말이 일반적으로는 맞게 됐지만, 적어도 '나'라는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아니, 그저 당연한 것을 지키는 사람인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돈을 빌리러 다닐 때, 너무나도 큰 금액이다 보니 적어도 나는 절대 사기 칠 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의 신용을 보여줄 수 있는 금융거래확인서, 등록증, 권리증, 차용증 등의 서류들을 직접 준비했고 많은 친구들이 돈을 빌려줬다. 그런데 사실 이 서류들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은 내 '상황'이 어떻든 간에 '나'라는 사람이 신뢰가 없다면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전부터 쌓아온 나의 신뢰와 진심을 믿고 빌려준 것이다.


나는 나의 상황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약속한 날짜까지 갚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구하며 몇 년이 걸리더라도 절대 도망가지 않고 갚을 생각이었다. 나에게는 언젠가 갚을 수 있는 그깟 돈보다 평생 볼 수 있는 친구가 더 소중한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이 돈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신뢰의 중요성이다. 결국 내가 평소에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가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느껴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팔든 간에, 너무 마음에 드는 상품이라면 그것을 사게 될까?

그것을 팔고 있는 사람이 양아치 같다면 상품이 안 좋아 보이고 살 마음은 뚝 떨어진다. 아무리 소문난 맛집이라 할지라도 사장님의 태도가 별로면 다시 올 마음은 사라지고, 평범한 가게인데 사장님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진다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나를 파는 것이 영업이고 신뢰를 쌓는 길이고 인간관계의 시작이다.



사람 간의 신뢰는 없어서는 안 된다. 그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나부터 신뢰를 보일줄 알아야 한다. 한 자기 신뢰가 곧 타인의 신뢰다. 나를 믿는 사람이 남도 믿을 수 있는 법이다.


나는 나의 눈을 믿는다. 혹여나 그 사람이 나를 배신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 맞지만 그 사람을 믿은 나의 몫도 있다. 때문에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



나를 믿기에 너를 믿고,
너를 믿는 나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