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길, 바쁜 사람들, 그 사이에 우뚝 멈춰선 노인
7호선, 9호선, 3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역을 걷는다. 문득 고개를 드니 다들 뚜렷하다.
지하철 환승구간에서 사람들은 갈 곳이 확실하고 발걸음이 빠르다. 빈틈없이 역안을 누비는 사람들.
그 틈에서 한 노인이 멈춰있다.
검정 경량패딩과 등산바지 검정 모자사이로 삐져나온 흰머리.
노인은 이정표나 지하철노선도를 찾는듯 제자리에서 두리번거린다.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걸리적거리는 존재인지 다들 한번 쳐다보고 비껴가기 바쁘다.
그 노인의 모습이 너무도 나같다. 아니 나보다 나을 것이다.
길을 잃었을땐 멈춰설 필요가 있지만, 나는 또 굳이 걷고있다.
다들 바쁘니까 나도 바쁘게 걷고 있다 어디로가는지도 모르고.
이 사람들은 방황하지 않는 것일까,
다들 방향과 목적이 발걸음 만큼이나 뚜렷한 것일까,
그 사이에서 나는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