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에 갔을 때
나는 처음으로 만족했다.
복지가 좋았고,
회사 사람들도 좋았고,
팀원들도 좋았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 대기업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사람들은 여유 있어 보였고,
불필요하게 날 서 있지 않았다.
팀원들 나이도 비슷했고,
억지로 버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들 자연스럽게 오래 다니고 있었다.
그게 신기했다.
이전 회사에서는
다들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아무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 차이가
이상할 정도로 컸다.
그때 처음 알았다.
환경이 사람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구나.
내가 맡은 일은
전체 시스템에서 보면 작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조각이
거대한 서비스의 일부라는 게 느껴졌다.
기획, 설계, 배포, 운영.
백엔드 개발자로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경험했다.
이번에는
초가집이 아니었다.
기둥이 있는 집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여기서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생 다녀도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 나를 소개하는 데 더 당당해졌다.
이게 가장 큰 변화였던 것 같다.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
그건 생각보다 큰 힘이었다.
내 인생의 어떤 업적을 달성한 기분이었다.
어릴 적 프로게이머를 했고,
결국 게임 회사에 들어왔다.
좋아하던 세계 안에서
개발자로 자리 잡은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
그리고 그 안의 동료들.
복지도 좋았고,
게임 회사답게 게임에 개방적이었다.
회사에서 게임을 해도 되었고,
신규 출시를 앞둔 게임을
베타테스트 하는 게 일이기도 했다.
회사가 안정적이자
나는 오히려 더 공부하기 시작했다.
팀원들과 스터디를 만들었다.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주제도 함께 파고들었다.
가볍게 시작했던 실험으로
Roblox 안에서 작은 게임도 만들어봤다.
기획부터 구현까지 직접 해보는 경험은
또 다른 시야를 열어줬다.
회사에는 동아리 지원 제도도 있었다.
데이터 관련 동아리에 들어가
SQL부터 다시 정리했다.
SQLD를 취득했고,
여러 번 떨어졌던
정보보안기사도 결국 합격했다.
이어 빅데이터분석기사까지 취득했다.
예전에는 번번이 벽에 막혔던 시험들이
이곳에서는 하나씩 통과됐다.
환경이 바뀌자
집중도 달라졌다.
나는 처음으로
안정 속에서 성장해봤다.
게임과 개발을 좋아했던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회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