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의 회사는 정말 달랐다.
Jira로 이슈를 관리했고,
Confluence에 문서를 남겼다.
스프린트 단위로 일을 했고,
백엔드와 프론트엔드가 나뉘어 있었다.
처음으로 “협업”이라는 걸 했다.
예전 회사에서는
그냥 내가 만들고, 수정하고, 붙였다.
여기서는 달랐다.
기획이 정리되고,
디자인이 나오고,
API를 정의하고,
코드 리뷰를 거쳤다.
일이 체계적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일이 더 쉬웠다.
그때 처음 알았다.
힘들었던 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없어서였다는 걸.
회사는 편했다.
업무 시간 안에 일을 마칠 수 있었고,
퇴근 후에는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도망치고 싶지 않았고,
이번엔 놓치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서 공부했고,
집에서도 공부했다.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걸 인정했기 때문에
따라잡고 싶었다.
잊고 있었던 개발 일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TIL.
Today I Learned.
그날 배운 것을 정리하는 기록.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나 자신을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지금 TIL을 쓰고 있는 개발자가 있다면
응원해주고 싶다.
모든 걸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늘 배운 걸 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씩 기록을 남기다 보면
어제보다 아주 조금 나아진다.
그게 내가 생각한 성장 방식이었다.
남들보다 뒤처진 만큼
급하게 따라잡으려다 보니
놓치는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기본을 다시 봤다.
클린 코드, 클린 아키텍처, 리팩토링,
디자인 패턴, 알고리즘, 네트워크.
봤던 책을 다시 보고,
아는 줄 알았던 걸 다시 읽었다.
그렇게 천천히,
일인분은 하는 개발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즈음
사람들이 하나둘 이직하기 시작했다.
회사 사정이 나빴던 건 아니다.
각자의 이유로 떠났고,
더 이름 있는 회사로 가는 사람도 있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더 큰 조직,
더 체계적인 시스템,
더 많은 사용자.
그 안에 들어가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원했다.
대기업,
더 이름 있는 회사들.
최종 면접까지는 자주 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거기서 다 떨어졌다.
허무했다.
‘아, 1년만 더 준비하자.’
그렇게 마음먹었을 때,
나는
넥슨에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