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 회사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똑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처음 6개월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다.
또 초가집을 짓고 있었다.
학회용 시스템.
붙이고, 고치고, 덧대고.
그런데 이번엔 마음이 달랐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막연하지 않았다.
토익도 아니고,
자격증도 아니었다.
코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왜 이렇게 만드는지,
왜 이렇게 설계하는지.
그동안 나는
“돌아가게 만드는 개발자”였다면
이제는 “설계할 줄 아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1년 정도를 그렇게 보냈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퇴근 후에 공부했다.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회사 안에 오래 머무르면
그 회사의 시스템이 표준이 된다.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내 일도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익숙함에 안주해놓고
그걸 개발이 아니라고 불평만 하고 있었다.
그걸 처음 인정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기존 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설계해봤다.
Vue.js로 프론트를 구성하고,
Laravel로 백엔드를 새로 짰다.
당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우리 회사는 여전히 PHP 기반이었고,
나는 Java를 써본 적도 없었다.
언어를 당장 바꿀 수는 없었지만
구조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완성된 화면을 봤을 때
처음으로 만족스러웠다.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둥이 있는 집 같았다.
시간은 더 걸렸지만
이렇게 개발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른 IT 회사들처럼.
프론트와 백엔드가 나뉘고,
역할이 분리되고,
설계가 먼저 있는 환경.
나는 그게 당연한 줄도 몰랐다.
그 변화를 회사에 이야기했을 때
반응은 달랐다.
회사는 익숙한 방식을 원했다.
지금 당장 더 오래 걸리고,
유지보수에 추가 학습이 필요한 구조는
그들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만든 건
좋은 시도일 수는 있어도
회사에선 “의미 없는 변화”였다.
그때 깨달았다.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내 성장도 한계가 있다는 걸.
그래서 서울로 면접을 보러 다녔다.
기차를 타고,
낯선 사무실에 들어가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설명했다.
떨렸지만
이번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건 도피가 아니라
이동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결국
백엔드 개발자로 합류하게 됐다.
서울이었다.
처음으로
환경을 바꾸는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