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접고 나서
한동안 멍했다.
이번엔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준비하기로 했다.
토익을 보고, 기사 자격증을 따고.
공기업을 가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안정적인 곳.
흔들리지 않는 곳.
이번엔 제대로 된 길로 가야 한다고 믿었다.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왔던 만큼
지금이라도 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뛰어야 했고,
스펙을 쌓는 게 정답이라고 믿었다.
도서관을 다니고,
면접을 준비하고,
조금씩 기반을 다져가던 그때.
연락이 왔다.
전 회사였다.
“이번에 너무 바쁜데, 잠깐만 도와줄 수 없겠냐”고.
나는 잠깐이라고 생각했다.
3개월 정도만.
돈도 필요했고,
준비하면서 병행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래서 다시 그 회사로 갔다.
익숙했다.
초가집을 짓는 방식도,
요구사항이 하나씩 붙는 흐름도,
누더기가 되는 시스템도.
모든 게 익숙했다.
그리고 사람은
익숙한 걸 선택한다.
3개월만 하려던 게
계속 이어졌다.
결국 나는 다시 그 회사에서
2년을 더 일했다.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왔다.
안정적인 길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결국 익숙한 길로 흘러들어갔다.
그때는 몰랐다.
이게 선택인지,
습관인지.
돌아보면
나는 늘 “완전히 끝내지” 못했다.
프로게이머도,
회사도,
방송도.
끊고 나온 것 같지만
어딘가에 발을 걸쳐두고 있었다.
나는 왜 그 전화를 거절하지 못했을까.
돈 때문이었을까.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정말로 그곳을 완전히 떠날 준비가 안 됐던 걸까.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그때
또 한 번 쉬운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