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준비 없이 다시 베팅했다.

롤 BJ를 하기로 했다

by 김상욱

롤 BJ를 하기로 했다.


퇴직금으로 컴퓨터를 사고,
방송 장비를 준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다만,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단순했다.


방송을 하려면 랭킹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한 달 반 동안 다시 게임에 매달렸다.
랭킹을 1000등 이내로 올려 마스터등급이 되었다.


이 정도면 사람들이 보러 오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방송은 다른 영역이었다.


챌린저 200등 안쪽 방송도
시청자가 5명이었다.


나는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이제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하나둘 방송을 시작했다.


나는 고정 시청자 5명에서 10명 사이를 오갔다.


화면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어색했다.


게임에 집중하면 소통이 안 됐고,
소통을 하려면 낮은 티어에서 해야 했다.


그럼 또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나는 게임도, 방송도
어정쩡하게 하고 있었다.


가끔은 침묵 방송처럼 게임만 했다.
그러다 억지로 말을 붙였다.


그런데 그 소통조차 부끄러웠다.


다른 사람의 방송은 재밌는데,
내 방송은 재밌지 않았다.


그걸 인정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화면 속의 나는
처음으로 초라해 보였다.


나는 나를 보여주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연기할 용기도 없었다.


그 사이에서 계속 어색했다.


결국 이 길에서 내려왔다.

또 단순하게 정리했다.


“방송은 나랑 맞지 않았던 거야.”


회사까지 던지고 도전한 대가치고는
허무할 정도로 작은 보상이었다.


그렇게 또 도망쳤다.


이번에는 정말 실패한 것 같았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뒀을 때보다
더 막막했다.


왜 퇴사 전에 방송을 해보지 않았을까.


하루 한두 시간이라도,
며칠이라도.


그랬다면 적은 비용으로
이 확신을 검증할 수 있었을 텐데.


준비보다 확신이 먼저였고,
검증 없이 뛰어들었다.


나는 또 그렇게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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