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였지만, 사업은 없었다

by 김상욱

커피챗을 통해 창업 파트너를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의 ‘이력’을 보고 선택했다.


예비창업패키지 선정 경험.
석사 출신 데이터사이언티스트.


그때는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가장 핫했다.


그래서
괜찮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깊게 묻지 않았다.
왜 함께 해야 하는지,
어떻게 싸울 것인지,
얼마나 시간을 쓸 것인지.


그냥
해보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한다고 했지만
미팅은 주 1회였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올인도 아닌 상태.


일주일 동안 아이디어를 몇 개 적어두고
30분 회의에서 하나를 고르고
다음 주가 되면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왔다.


계속 “고르는 일”만 했다.

아무것도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게 내 첫 창업이었다.


사업자는 이미 냈다.


크리에이터 수익도 사업자로 돌리고,
책 인세도 사업자로 받고,
외주도 받고,
강의료도 받고,
심사역 수당도 받고.

겉으로는 대표였다.


하지만
정작 하나의 사업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강의와 심사역은 단발성이었고
수익은 이어지지 않았다.


책은 99,000원이었다.

두 권이 팔렸다.


198,000원.


블로그 자동화는
당연하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크리에이터 수익 구조가 바뀌었다.


후원 비율이
5%에서 2%로 줄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여러 개를 시도했지만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는 걸.


방황은 길지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바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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