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둥

by 김상욱

현실을 직시했다.


다시 취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장은
내가 떠났던 그때와 달랐다.


1년 전,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
다른 회사 면접을 봤을 때는


넥슨
그 이름이 내 뒤에 있었다.


연봉도 괜찮았고
스톡옵션도 제안받았다.


그때는
선택할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방황이 끝난 뒤
다시 문을 두드렸을 때


시장은
너무 차가웠다.


공고는 줄어들었고
조건은 낮아졌고
협상력은 사라졌다.


그제야
처음으로 후회했다.


아.
그 따뜻한 기둥을
내가 왜 차버렸을까.


그 안에서 옮겼다면
더 좋은 대우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어도
적어도 안정은 있었을 텐데.


밖은 생각보다 추웠다.


그리고
내가 믿고 있던

‘넥슨 출신’이라는 이력은


호기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찌저찌
적당한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안한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회사는 멀었고
환경은 열악했고
나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열심히 하려고는 했다.


그런데
대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 상황에 만족을 못하시는 것 같은데
더 좋은 회사를 찾아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상하게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침 중견기업에 합격한 상태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중견기업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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