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이라고 들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회사라기보다는
대학교 동아리에 가까웠다.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러 나가면
두 시간 뒤에 돌아왔다.
그게 한 번이 아니었다.
관리도 없었고
책임도 없었다.
매주 금요일, 임원회의가 있는 날이면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카페에 앉아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밥을 먹고,
다시 카페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 퇴근했다.
제품은 없었고
방향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남아 있었다.
열악했던 스타트업보다
“편했기” 때문이다.
나는 또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임금체불.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일을 하지 않았다.
하나둘
이직을 준비했다.
나도 그 흐름에 올라탔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붙잡았다.
프로젝트를 맡았던 상무는 퇴사했고
그 빈자리를 내가 채웠다.
그때 계열사에서 연락이 왔다.
“개발총괄이 필요한데, 맡아줄 수 있습니까.”
“유지보수 계약으로 임금을 맞춰드리겠습니다.”
“연봉도, 직급도 올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한 달 동안 야근을 했다.
프로젝트를 정상화했다.
그리고 마무리하던 시점.
회사는 말했다.
“계약을 더 할지 아직 고민 중입니다.”
“설령 하더라도 임금으로 먼저 빼드리긴 어렵습니다.”
그 한 달은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정리되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직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