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좋아서 프로게이머를 준비했다.
재밌었고, 잘하고 싶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막상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는
어떤 걸 목표로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게임을 즐기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구조였다.
팀원들과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피드백을 나눴다.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던 과정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게다가 팀원들은 나보다 다섯, 여섯 살은 어렸다.
당시 내 랭킹이 가장 높았기에,
자연스럽게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는 신생팀이었고,
다른 팀과의 랭킹 격차와 경험 차이도 분명했다.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막막함이 동시에 따라왔다.
숙소 생활이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밤까지 게임을 했다.
연습, 스크림, 피드백.
이 과정이 점점 더 기대되기보다는
내가 상상했던 세상과 다르다는 느낌이 커졌다.
나는 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걸까.
좋은 성적을 내고 이름을 알리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단지 그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었던 걸까.
막상 그 안에 들어오고 나니
분명한 목표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나보다 어린 팀원들이 더 단단해 보였다.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처럼,
혹은 이 길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사람처럼.
졌을 때 스트레스받고, 이겼을 때 기뻐하면서도
게임 자체를 즐기는 건 나보다 그들이었다.
타지에서의 숙소 생활이 넉 달쯤 지났을 때,
나는 복학과 프로게이머 생활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학교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