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달릴 때, 나는 지쳐 있었다

by 김상욱

학교 마지막 학기,
도서관은 항상 취업 준비생들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었고,
누군가는 인적성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서울로 면접을 보러 다녀온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나는 대전에 살고 있었다.


서울에 면접을 한 번 다녀오면
하루가 통째로 사라졌다.
아침 일찍 올라가 면접을 보고,
저녁이 다 되어 내려오면
그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두 번쯤 반복하자
이미 지쳐 있었다.


친구들은 자기소개서를 100개, 200개씩 썼다.
나는 많아야 5개, 10개 정도였다.


더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시절의 나는
어딘가에 자만도 있었던 것 같다.


한때 프로게이머였던 경험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근거처럼 느껴졌다.


이미 한 번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봤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증명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취업을 위해 수십 번의 탈락을 감수하고,
수백 개의 문장을 고쳐가며 나를 설득하는 과정이
내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 일은 그냥 잘할 수 있는데…
누가 좀 뽑아주면 좋겠다.”


지금 생각하면 꽤 무심한 말이지만,
그때는 진심이었다.


친구는 자기가 아는 회사에 한 번 이야기해보겠다고 했고,
나는 그렇게 중소기업에 들어가게 됐다.


치열한 경쟁을 통과했다기보다는
흐름을 타고 들어간 셈이었다.


친구들 중에는 대기업에 간 사람도 있었고,
대학원으로 진학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다른 길에 서 있었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지금도 단정하지 못하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때의 나는
남들처럼 달리고 싶지 않았고,
이미 한 번은 충분히 해봤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나이에는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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