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ㄴ구

by 김화경

나는 친구를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다.


어릴 적부터 함께했던 다대포 친구 세 명과 고등학교 때 친구 한 명 그리고 대학교 때 친구 한 명. 물론 다른 친구들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나며 서로 소원해지거나 여러 오해들로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생겨 연락을 끊게 되었지만 말이다.


다섯 명의 친구 중 가장 자주 연락하는 친구는 어릴 적부터 함께였던 다대포 친구들이다. 우리는 중2 때 다 같이 같은 반이 된 것 말고는 뭉쳐있을 시간도 없었지만 다시 만나면 언제나 중2 마음 그대로였다.


그 많은 시간이 흘러 40대가 되었지만 지금도 이야기할 것들은 끊이질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얼마나 눈부셨던지.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하고 아련하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아름다웠다는 것을.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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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버스비가 없어 항상 걸어 다녀야 했던 나로 인해, 친구들은 2년 동안 하굣길을 함께 걸어주기도 했다. 한두 정거장도 아니고 40분 정도를 말이다. 최근 그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들은 왜 걸어 다녔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회수권 살 돈이 없었잖아."라고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회수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걸었다고 기억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걷는 동안 엄청난 꿈들을 펼치며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걸었다고 기억하는 게 훨씬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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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며 꿈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때 말한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서로 좋아하는 남학생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의 남편들은 그 남학생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의 삶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우리의 선택을 책임지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멋진 친구들이다.


그때는 "우리의 미래가 어떨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그때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정말 좋았을까? 우리의 상상력은 존재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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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그 시절을 돌이켜보며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이다. 연락을 끊은 친구와는 추억도 나눌 수 없으니까. 나 혼자만 간직해야 하는 추억이 돼버린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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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 남은 친구들은 끝까지 함께 가고픈 친구들이다. 나이가 들어 걸을 수 있는 힘만 있다면 함께 만나 옛 시절을 떠올리며 웃고 싶은 친구들이다.


나와 맞지 않아, 혹은 오해로 인연이 끊어진 친구들. 그들이 무엇을 하건, 어디에 있던지간에, 내가 한때는 너무 사랑했던 친구들이기에 항상 행복하길 바라며 그들과의 추억도 언젠가는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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