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ㅏㄴ소리

by 김화경

나는 자라면서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가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아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구나 꼬투리를 잡으려면 잔소리할 것은 넘쳐나니까 말이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했기에 잔소리를 하려면 시험 때마다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부모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딱 한 번, 정말 시험을 못 봤을 때(내 기억에도 정말 못 봤었다.) 아빠가 땡꼬 한 번 때린 적이 있었는데 그게 전부였다. 친구들이 부모님의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는 잔소리에 대한 스트레스라고는 없었다.


며칠 전, 지인이 놀러 와서 중2 아들에게 물었다.

"엄마가 너한테 잔소리 해?"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은 바로

"아니오."

라고 대답했다.

"와~ 이런 엄마가 어디 있어. 엄마 잘 둔 줄 알아."

그 말에 나는

"아들한테 잔소리할 게 어디 있어~."

라고 했다. 아들은 웃으며 말한다.

"설마~"

앞에서도 말했듯 꼬투리는 잡으려 하면 할수록 넘쳐난다.


아들은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1년 정도 학원도 보내봤지만 재미도 없고 효과도 없단다. 그래서 그만두었다. 학원을 안 다닌지는 1년 반 정도 지났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요즘 수학 문제집은 풀고 있는지 지나가는 말로 묻는 게 다이다.

아들은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는다. 어릴 때야 이것저것 안 먹는 것이 있으면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이곤 했지만, 다 커서까지 그렇게 먹일 순 없지 않은가? 엄마 마음에는 골고루 먹었으면 좋겠지만, 싫어하는 것을 입에 넣으면 토할 것 같은 느낌이라는 말에 인정해주기로 했다. 식성은 사회생활을 하며 달라지기도 하니까.

공부 안 하는 걸 놔두는 것에 대해 열정적인 부모는 아이를 방치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대신 학교에서 수업 듣는 것과 참여는 잘한다니 뭐라 하지 않기로 했다. 음식 섭취에 대해서도 부모라면 골고루 먹도록 교육시켜야지 라고 말할 수 있다. 충분히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도 아니고 중2씩이나 된 아들에게 음식의 선택권은 주고 싶다.


대신 아들은 장점이 많다. 입담과 센스가 좋아 한마디 한마디가 재밌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꼭 내 입에 넣어줘야 한다. 식사 도중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별로 안 남았을 경우, 남은 음식을 내가 아들 그릇에 올려주면 엄마도 먹으라며 반은 내 그릇에 다시 올려준다. 같이 장 보러 가면 돌아올 때, 장바구니가 내 손에 있는 것을 못 본다. 잠자기 전에는 항상 나에게 와서 "잘 자요."라고 인사를 하고 간다. 중 2라서 가끔 예민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땐 아무 말 걸지 않고 잠깐 놔두면 알아서 괜찮아진다.

그렇다고 혼을 내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잔소리와 혼내는 건 좀 다르다. 잔소리의 사전적 의미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거나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음이라고 나와있다. 하지만 혼내는 건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잘못에 대하여 호되게 나무라거나 벌을 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잔소리와 혼내는 것이 비슷한 것이라 생각한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혼내는 것에서 그쳐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 혼내다 보면 잔소리로 이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혼낼 일이 있으면 되도록 아이를 나와 떨어뜨려놓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잔소리가 줄줄 나올 수 있기에 말이다. 우리는 아이를 또 하나의 나로 바라본다. 나의 분신, 또 다른 나라는 생각으로 보니, 나와 다르게 생각하거나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잔소리를 하게 된다. 아이는 또 다른 내가 아닌 그저 또 다른 사람이다.


부모로서 걱정이 되는 건 알겠지만, 잘못하는 것은 바르게 가르치고 불필요한 잔소리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가끔 혼낼때 나도 모르게 말을 길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여기까지! 더 말하면 잔소리될 것 같아. 끝!"이라고 말하고 끊는다.

아들이 나에게 혼나는 일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밖에서 기분 안 좋았던 것을 집에 와서 엄한 사람에게 푼다거나, 예의 없는 말과 행동을 할 때. 동생에게 함부로 대했을 때 혼난다. 대신 그렇게 혼나고 나면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아들이 먼저와 사과한다. 생각해보니 아까는 자기가 잘못한 것 같다고. 잘못한 건 인정을 잘하는 편이다. 그렇게 인정을 하고 나면 다음에는 조심해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사과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는 안아준다. 그러면 아들은 미안해요.라고 말한다. 아들과 내 마음속에는 응어리가 남지 않는다.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 잔소리하는 것도 익숙지 않다. 아이들은 그런 부분이 고맙다고 하지만 그 감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하는게 맞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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