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오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술이 약간 취한 상태였다. 술 취했구나?라고 했더니 친구는 혀 짧은 목소리로 극구 부인했다. 친구와 전화를 끊고 나자 생각이 깊어졌다.
친구라는 건 뭘까?
10년 전, 서울로 이사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던 친구들과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정도가 되어버렸지만, 만나는 횟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한 달에 한 번 연락을 해도, 일 년에 한 번 만나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편안한 존재임은 분명하니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 문득 '내 친구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내가 이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떤 친구가 되어주고픈가... 를.
(여기서 내가 말하는 친구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친구와는 다를 수 있다. 친분 관계가 있다고 친구라고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가 나에게는 친구이다. 그래서 나에게 친구는 많지 않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친구만 있다. )
내가 되어주고픈 친구란...
가끔은 "우리 예전에 그랬잖아."라고 말하며 함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세월이 지나며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친구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주고 싶다.
나에게는 서운하게 해도 상처 안 받고 싶다. 평생 같이 할 친구이기에 긴 인생에서 그런 건 별일 아니니까.
그래서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는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이게 내가 되어주고픈 친구이다. 그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끔 중학교 하굣길, 친구들과 매일 걸었던 길들 과 그 길들의 사계절이 떠오르곤 한다. 회수권 살 돈이 없으니 걸어 다니라는 엄마의 말에 매일같이 40분을 같이 걸어 다녀주었던 세 친구들의 다정함이 참 예뻤다.
'다대four' 아무리 봐도 너무 잘 지은 이름인 듯하다. 다대포라는 동네의 4명의 소녀들... 친구들이 보고 싶다. 안 되겠다. 조만간 부산에 내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