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바

나는 단순하다

by 조 뫼르소

나는 단순하다

나의 삶처럼 단순하다

나는 제3의 눈과 육감이 없어도

아메바 같은 나를 안다

내 마음속의 바다가 아무리 깊어도

그 심해에서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안다

내 마음속의 폐광이 아무리 어두워도

그 폐광을 환하게 밝히는 섬광이 무엇인지 안다

내 마음속의 사막이 아무리 넓어도

그 사막을 적시는 우물이 어디 숨어 있는지 안다


나는 또 마음의 CPU를 안다

내가 정말 무엇을 그리워하고

무엇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진실로 무엇을 갈망하는지 안다

나는 사라진 것들을

그리워하고

사라질 것들에 대하여

이미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고

폭풍과 노도와 활화산 없는 마음과

온몸의 세포가 신생하는 느낌과

무쇠도 녹이는 신비한 에너지를 갈망한다


나는 단순하다

당신들처럼 단순하다

나는 우주선처럼 수많은 부속으로 이루어진 생물이지만

당신의 삶처럼 단순하다

빛처럼 빠르게 달려 옛날의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나는,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것들을 메우려 하는 나는,

갈망해도 소용없는 것들을 끈질기게 붙들고 있는 나는

단순하다


이젠 체념하겠노라, 영원히 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이젠 버리겠노라, 그 무엇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이젠 인정하겠노라, 현실 속에 없는 것들을

현실 속에만 있는 산과 숲, 강과 바다, 건물과 집과 차와 쓰레기를


나의 뇌 구조는 복잡해도

나는 단세포 동물이다

내 마음은 당신들 마음처럼 아메바다

꽃꽂이만 잘하면 잡초도 꽃이 되고

해몽만 잘하면 개꿈도 용꿈이 된다고 믿는 나는,

매미 허물을 매미라고 믿는 나는

당신들처럼 아메바다

나는 어떤 생물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역사를 이룩한 종의 후예지만

아메바다

고백하노라,

내 마음은 몇억 년이 흘러도 진화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다시 고백하노라,

내 마음은 몇천 년 전 인간의 마음과 같다는 것을

스스로 축복을 내리노라,

내 마음은 성현들의 마음과 같다는 것에 대하여


반복하지만, 나는 아메바다

신기루가 불멸하리라 믿는 사막의 아메바다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영화 속의 소년 같은 아메바다

죽은 나무의 부활을 믿는 아메바다


갈망해도 소용없는 것들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나는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것들을

끝까지 메우려 하는 나는,

이미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나도 모르게 갈망하는 나는

정말 아메바다

그리하여 난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내 속에서 천지창조를 한다

마음의 세계에선

빛처럼 빠르게 달려,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고

갈망하는 것을 복제할 수 있고

말라죽은 나무에도 꽃이 피느니


나는 사막의 생물인 나에게 축복의 말씀을 내리노라

폭포수처럼 곧아지는 마음의 영액이 있어

영원히 목마르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