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서핑

찰나에 불과한 순간들이 내 삶의 의미가 되었던 경험이 있나요?

by 조 뫼르소

여러분은 찰나에 불과한 순간들이 내 삶의 의미가 되었던 경험이 있나요?


물을 좋아한다. 바다, 술, 설거지, 비, 워터볼, 수영 등등 물과 조그마한 관련이 있는 것은 다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윤슬을 품은 수면을 가장 좋아한다. 윤슬을 예쁘지 않게 보는 사람이 있을까? 때문에 어디를 가도 윤슬이 잔뜩 반짝이는 물가를 보면 절로 걸음이 멈춰진다.


몇 해 전, 배낭 하나만 메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세계 곳곳에 내 발자국을 남기는 성취감도 어느새 점점 무뎌져 가고 있을 때, 바다에 가고 싶어 졌다. 먼 타국의 바다에서 나를 실컷 놀고 실컷 쉬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원래의 여정을 틀어 계획에 없던 포르투갈에 갔다. 포르투갈의 마토지뉴스는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바다 마을인데, 수심이 얕지만 파도의 크기가 좋아 유럽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핑의 성지다.


구름이 꽉 낀 날씨 때문에 그날의 바다는 빛을 가지지 않았다. 윤슬은 없었지만 서핑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긴 여행 중 오랜만에 거친 신체활동 하게 돼 잔뜩 신이 났고, 하루치의 모든 체력을 바다에 쏟아부을 기세로 열심히 파도를 탔다.

그러기를 한참, 파도를 제대로 잡아 타지 못해 물속에서 한바탕 구르기를 했다. 심기일전하고 다시 파도의 반대방향으로 열심히 패들링을 하던 그때, 하늘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살짝 걷히더니 내 눈앞에 딱 한줄기의 햇빛이 쏟아졌다. 열심히 파도를 깨며 먼바다로 나아가는 중이던 내 앞에 깨져 흩날리는 파도의 파편이 쏟아지는 빛과 만나 마치 보석을 흩뿌리는 것 같은 장관이 펼쳐졌다. 그간 수많은 윤슬을 봐왔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내가 직접 윤슬을 만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사방으로 튀고 있는 보석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넋이 나간 내 위로 큰 파도가 덮쳐와 나와 내 보드를 집어삼켰고 다시 한번 신나게 뒷구르기. 윤슬에 모든 정신을 빼앗긴 나는 파도에 떠밀려 뭍까지 쓸려왔고 그대로 해변에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


내 삶이 너무 빛났다. 해는 금세 구름 뒤로 사라졌지만 찰나의 보석들은 내 각막에 새겨진 것처럼 계속 반짝거렸다. 모든 것에 무의미함을 느끼며 떠나온 여행이었다. 이렇게 조그만 것에 터질 듯한 행복을 느끼는 나를 보며 한참을 울었다. 오래 울어 남은 눈물을 모두 바다로 흘려보냈다. 그 찰나의 순간이 내 속의 무의미함을 걷어내는 동력이 되었고, 그 후 나는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사뿐하게 산다.


-여러분들의 찰나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작가의 이전글아메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