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해돋이를 보지 못했다

호미곶

by 두두니

설날 새벽, 해돋이를 보러 갔다. 음력으로 시작되는 새해 첫날이라서 간 건 아니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나들이 갈만한 데를 여기저기 꼽아보다 아이들이 호미곶에 못 가봤다기에 가게 된 것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캄캄한 길을 두 시간 달려 호미곶에 도착했다. 예상 일출 시간은 7시 14분. 하늘은 여명으로 이미 밝아져 있었다. 일출 시간보다 몇 분 늦게 도착했다.

바다 위에 손바닥이 솟아 있는, 호랑이 꼬리 호미곶에는 예상외로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은 바닷가에 일렬로 늘어서서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by duduni

해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다, 싶었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도 해는 뜨지 않았다. 아니, 뜨지 않은 게 아니라 보이지 않았다. 언뜻 맑은 것처럼 보였지만 수평선 위쪽에 드리워진 하늘빛이 알고 보니 두터운 구름층이었던 거다. 이것이 해를 가린 것이다.


높이 떠 있는 구름에 연한 살구빛이 얼비쳤다. 구름 뒤에 해가 떠 올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출 장면을 직관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일출 순간의 하늘과 구름, 그 하늘이 고스란히 비친 바다를 보는 것도 좋았다.

구름이 띠처럼 드리워진 수평선은 뽀얀 색이었다. 뽀얀 수평선과 연한 하늘, 바다 빛은 어쩐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주었다.

by duduni
by duduni
by duduni


해 뜨는 걸 보지 못했지만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 누구나 해가 떴음을 안다. 해는 늘 그곳에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저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몇 분 후면 하늘로 솟을 것임을 알고 있고, 그렇게 믿고 있다. 과학적인 현상을 차치하고라도 경험과 감각으로 안다. 이제껏 아침이면 어김없이 떴으며, 어둠이 사라지고 공기가 데워지는 것을 감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명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못했다. 나 또한 시가도 친정도 가지 못했다.

양가 부모님과 동생들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모두들 잘 지낼 것임을 안다. 만나지 못해도 서로를 생각하고 걱정해 주며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살아나가리라는 것을 안다. 보지 않아도 안다. 경험적으로, 믿음으로, 바람으로.... 안다. 구름에 가려져 일출을 보지 못해도 해가 뜬 것을 알 수 있듯이.


새해의 태양이 온 세상을 골고루 비추듯 모든 곳, 모든 이에게 희망의 빛이 골고루 비치기를.

어느 한 군데 빠짐없이 빛과 온기가 가 닿기를.

그래서일까? 해돋이를 보러 와 떠오르는 해를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도 모두 나와 비슷한 마음과 바람을 품고 있었으리라. 그렇게 믿고 싶다.


밝아진 길을 달려 집으로 가는 길, 차창 밖 하늘엔 어느새 해가 높이 떠올라 있었다.

새날의 해는 차를 따라오며 우리가 가는 앞길을 환하게 비춰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