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鳥)를 아십니까?

by 두두니

다음 생이 있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나요?

제 대답은 늘 '새'입니다. 날개를 펴고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고 싶거든요.

도시에 살면서 관심을 두지 않으면 새는 좀처럼 잘 보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촉각을 세우면 우리 주변에 새가 은근히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황조롱이'를 목격했을 때부터였습니다. 산책하던 중 들판에 홀로 선 나무 꼭대기에 앉은 제법 큰 새가 위풍당당하게 오라를 뿜어대고 있었거든요. 첫눈에 반해버렸지요. 새의 이름이 궁금해 줌을 당겨 흐릿하게 찍은 사진을 지식인에 올렸어요. 희미한 형태만으로도 새의 이름을 알려주더군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는 황조롱이였습니다! 오라를 풍기더니 역시!

황조롱이 by duduni


그때부터 온갖 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백로, 왜가리, 직박구리, 박새, 꾀꼬리, 오목눈이...


새의 매력은 단연 소리입니다.

또로롱, 찌륵, 삐리리링...

높은 나무 위 어딘가에서 내려오는 천상의 음색이 고요한 대기를 깨웁니다. 청명한 소리에 모든 감각을 멈추고 귀를 활짝 엽니다. 묵직했던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힐링의 소리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들리면 급히 휴대폰으로 녹음을 합니다. 새의 이름을 알면 조사해 보게 되고 그 모습을 눈에 담아 둡니다. 다음에 나무 위 어디선가 그 소리가 들리면 눈에 담아 둔 새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아, 네가 노래하는구나! 하면서요.

by duduni

새는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상으로 소리만 땁니다. 소리만 듣고 동정할 수 있을까 싶지만 지식인에 물으면 1분 안에 답이 날아옵니다. 단 몇 초의 소리만 듣고 어떤 새인지 알려주는 거죠.

직박구리 암컷입니다.

소리만 듣고 암컷 수컷까지 구별하다니!! 우리나라에 대단한 사람들 참 많지요?

한동안 새소리를 쫓아 녹음을 해댔습니다. 그 자료들이 휴대폰 앨범 '새' 카테고리에 그득하답니다.


새 이름을 익히기 위한 나름의 노력. - -;; by duduni


새의 두 번째 매력은 날개입니다.

새가 날아가는 걸 보면 경로를 따라 넋을 놓고 보고 있게 됩니다. 어제는 이제껏 보았던 가장 큰 날갯짓을 보고 심쿵했습니다. 왜가리였지요. 쭉 뻗은 날개로 바람을 타고나는데 속도 또한 무척 빨랐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시원하고 부럽던지요.


이제껏 본 왜가리는 댕기 깃을 날리며 강에 발 담그고 서 있거나 멀리서 나는 모습뿐이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어요. 왜가리가 그렇게 큰 새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일명 하천의 깡패라 불리는 왜가리지만 나는 모습만큼은 우아 그 자체였습니다.

왜가리 by duduni
by duduni (좌 : 물고기를 잡으려고 기다리는 백로와 왜가리 / 우: 댕기깃을 휘날리는 왜가리)


새의 세 번째 매력은 애간장입니다.

새를 발견하고 부리나케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누르면, 어느새 포로롱~ 그걸 또 따라다니면서 찍을라치면 이리저리 휘릭 휘릭 동서로 번쩍번쩍 자리를 옮기며 약을 올립니다.

'그래, 안 찍을란다. 그냥 생귀로 듣고 생눈으로 볼란다!' 이렇게 되죠.

거기다 분명 이름을 외워둔 새인데 막상 맞닥뜨리면 그게 또 그렇게 생각이 안 납니다. 뭐 하나라도 확실히 손에 쥐어지지 않아 애간장이 타는 것이지요.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by duduni

이외에도 예쁜 깃털 색이며 귀여운 얼굴,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도도함까지 매력이 차고 넘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새가 너무나 흔히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아십니까?

투명 방음벽과 높은 건물 유리에 부딪혀 즉사하는 새가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에 800만 마리입니다.

투명 방음벽과 유리에 불투명 소재나 무늬를 넣으면 충돌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비용과 노력이 좀 더 들더라도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관련된 법이 하루빨리 개정되길 바랍니다.


동물 중에서도 새는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새에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비호감에 가깝지요. 새의 부리와 발톱이 징그럽고 눈이 무서우며 새똥을 맞을까 봐 피하게 된다는 등등....


공룡시대부터 살아왔던 화석과 같은 생물입니다. 우리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개체임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새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갖가지 매력을 뿜으면서요.


오늘 창밖 하늘 한번 올려다보며 우리 친구 새를 찾아 눈 맞춤해보는 건 어떨까요?


희뺨검둥오리(주황색 다리)를 발견한 기쁨에 흔들리는 앵글. by dudu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