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는 강변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철새도래지다. 봄여름가을겨울 강변을 걸어보면 겨울철에 새가 가장 많다. 그중 아는 새라곤 청둥오리밖에 없는 데다 개체수도 많아 더 눈에 잘 띈다. 오며 가며 인사를 건네곤 한다.
"안녕, 청둥오리야."
가을을 지나 찬바람이 불 때면 언제 왔는지 청둥오리가 둥둥 떠 있다. 겨울철새라고 하면 추운 곳을 좋아해서 더운 나라에서 날아오는 줄 알았다. 잘못 알고 있었다. 겨울철새는 시베리아처럼 추운 곳에 살다가 한겨울이 되면 그곳이 너무 추운 관계로 한결 덜 추운 우리나라로 오는 것이라 한다.
몇 달 만에 만난 반가움에 또 인사부터 건넨다.
"그 먼 데서 날아오느라 힘들었지? 고생했다."
이런 인사를 딱 끊은 계기가 있었다.
강에는 작은 다리가 하나 있는데 걷는 사람과 자전거 정도만 지나다니는 크기다. 다리에 막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오리야, 안녕! 사랑해, 오리야!"
난 발을 멈칫하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한 여인이 다리 난간에 서서 강에 있는 새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누가 듣건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그녀를 쳐다보았다.
난 그녀의 뒤를 멀찍이 돌아 지나갔다. 머릿속이 엉켰다.
목소리의 음량 차이야 있겠지만 새한테 말을 하는 게 나와 다를게 뭐냔 말이다.
그때 결심했다.
아! 이제 인사를 끊어야겠다.
착잡한 마음으로 그녀를 뒤로하고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간절하게 새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녀, 그 순간 그녀는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소리치는 얼굴에 언뜻 미소가 어렸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그때부터 나는 중얼거리던 인사도 딱 끊었다. 새를 만나도 꽃을 보아도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속으로만 말했다. 이걸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급히 빨아들인 라면이 너무 뜨거운데도 아무 소리 못하고 숨만 식식거리는 기분이랄까? 답답해도 할 수 없었다. 침묵의 대화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풀숲에서 후투티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름철새인 줄 알았던 후투티가 찬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걷고 있었다.
"어맛! 후투티야!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데?"
by duduni
세상에나! 애써 꽁꽁 싸매고 있던 입이 마침내 터져버렸다!
"이 추운 데서.... 뭐해? 예쁘기도 하지...."
아, 속 시원해. 그래, 작게 말하면 되지, 뭐.
이렇게 변명하면서도 누가 날 쳐다보나 힐끔힐끔 둘러보기도 했다. 후투티 덕에 답답했던 말문이 틔었다.
재미있는 건 눈치를 보는 나와 달리, 후투티는 보란 듯이 당당했다는 것이다. 누가 카메라로 찍건 말건 머리 깃을 꼿꼿이 세우고 자기 갈 길을 가는 거다. 나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다.
남의 눈 뭐하러 신경 써?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하.....
내가 너한테 한 수 배우네. 고맙다, 후투티야.
자연과의 대화가 보통 이 정도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능한 자연과의 대화. 생명이 꿈틀대며 소생하는 이 봄에 자연과의 대화 한번 시도해 보시지 않으시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