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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Mar 03. 2021

새로운 시작을 하는 너에게

새내기 아들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오늘 기분이 어떠니?

넌 아침부터 잔뜩 들떴지.

온라인으로 입학식을 하고 사이버 강의를 들은 어제까지는 덤덤하더니만,

첫 대면 수업이 있는 오늘은 느낌이 사뭇 다르더구나.


넓은 캠퍼스를 둘러보고 학식을 맛보고 학과 친구들도 처음 만나겠구나.

새내기의 하루를 상상하니 덩달아 나도 설레네.

다사다난했던 지금까지의 여정은 뒤로하고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어떻게 수놓을지

희망찬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렴.


오늘 아침 네가 말했지.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뭐든지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네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는 하늘을 둥둥 나는 기분이더구나.

아들이 행복하다는데 그보다 더 행복한 엄마가 어디 있겠니?


이제 성인으로서의 첫 발걸음이고,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책임과 결과가 따르는 날것의 생활임은

굳이 상기시키지 않아도 잘 알 거라 생각해.

열심히 하라는 말 또한 곳곳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을 거야.

by duduni


by duduni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어.

네가 언제나 잘 닦인 탄탄대로를 걸으면 좋겠지만 그런 길은 흔치 않단다.

길은 변화무쌍해서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모르거든.


게다가 길을 걷다 보면

삐끗해서 넘어질 수도 있고,

지쳐서 주저앉을 수도 있고,

길을 잘못 든 것 같아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


어떤 길 위에서 어떤 심정으로 있더라도 이걸 기억해.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걸.

그 길이 아니면 안 되는 건 없어.

길은 어디로든 뻗어있고 이어져 있거든.


더 이상 길이 없어 보일 때도 있어. 마치 그게 끝인 것처럼.

그럴 땐 길이 없는 곳으로 한 발 내디뎌 보렴.

한발 두발 내디뎌 걸어가 보면 그게 길이 될 거야.

네가 길을 만드는 거지.


길 끝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막막한 기분이 들 때면 살짝 뒤를 돌아봐.

몇 걸음 뒤에 너를 지켜보고 있는, 언제든 널 도와줄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테니까. 

그 누군가에 엄마는 깍두기처럼 무조건 끼어있을 거야.


새로운 시작을 하는 너에게 초치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야.

그 시절 엄마를 되돌아보니 이런 이야기를 미리 해 주고 싶었어.

성인이 되었고 뭐든 알아서 하고 싶었고 결과를 빨리 내고 싶어 늘 조급했거든.

혼자 해결하려다 막막한 적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도 있었거든.

너무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말고 힘들 땐 손 내밀면 된다는 걸 미리 알려주고 싶어서 하는 말이야.

길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거야.


어떤 길이든 너의 길을 씩씩하게 잘 걷길 바래.

그러다 보면 네가 걷는 길이 결국에는 탁 트인 탄탄대로가 될 테니까.

향기로운 꽃길이 될 테니까.

꼭 그럴 거라 믿어.

늘 네 뒤에 있는 깍두기 응원단장이 소리치네.

아들, 화이팅!!

 

by dud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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