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두니 Apr 27. 2021

사천성 게임에서 얻은 인생 팁

사천성이라는 게임이 있다. ok캐시백 앱에서 우연히 발견한 게임인데 하루에 3판만 무료로 할 수 있다. 나는 취미가 없다기보다는 너무 빠질까 봐 게임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천성은 하루 3판이라는 제한이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1판은 10~15분이 소요되고 20단계가 끝이다. 같은 모양의 짝을 클릭해서 지우는 단순한 룰이고, 상하좌우 직선코스로 3번 이내로 꺾는 경로를 통해서만 지워지는 방식이다. 머리나 몸을 집중적으로 쓰고 나서 아무 생각 없이 쉴 때 1판씩 하기 딱 좋은 게임이다.


멍한 상태로 게임을 해서일까? 뜻하지 않게 깨달음 비스무리한 걸 얻곤 한다. 이 간단한 게임 안에 인생의 팁이 들어있다고나 할까. 깨달음을 한번 정리해본다.


첫째, 주저주저하면 기회를 놓친다.

짝이 보이는 즉시 탁탁! 눌러야 하는데, 이거 먼저 누를까 저거 먼저 누를까 하다 보면 점수는 쌓이지 않고 시간만 저만치 흘러가 게임 오버된다. 살면서 바로 결정하고 즉시 행해야 하는 순간에 주저주저하면 주어진 기회가 날아가버린다.  


둘째, 아끼면 똥 된다.

1판을 할 때 힌트를 열개 쓸 수 있다. 한쌍의 짝을 없애주는 힌트 5개, 배열을 바꿔주는 힌트 5개다. 단계를 올라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에 힌트는 아껴두는 편이다. 초반에 막히는 때가 있어도 힌트를 쓰지 않고 꾸역꾸역 그 고비를 넘기려 애쓴다. 고난도에서 쓸 힌트를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꾸역꾸역이 결국 게임 오버를 부른다.

6단계 정도에서 힌트를 쓰지 않고 버티다 게임 오버가 되면 어이가 없다. 에잇!!  아끼다 똥 되는 거다. 게임이 끝나면 10개의 힌트가 고스란히 남은들 아무 쓸데가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싶어 남겨두지만 그걸 쓸 때가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이 시간이 아끼던 힌트를 써야 할 중요한 순간이었음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인생의 힌트는 무엇일까? 노력, 시간, 돈, 사람, 도움의 손길 등등이 아닐까. 힌트의 순간을 고민하고 제때 쓸 줄 아는 것이 현명한 인생일 거다. 작은 힌트 하나가 인생의 고비를 쉽게 넘겨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셋째, 쓸데없이 여유 부리다 망한다.

게임이 술술 잘 풀릴 때가 있다. 누르는 대로 팍팍 클리어하며 초반에 거의 다 깨 나간다. 타이머의 시간은 널널하다. 하나만 깨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내려 둔 커피는 어서 날 잡숴주~ 하며 눈을 깜빡거리고 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도 한번 돌리며 여유 있게 목운동도 한다. 타이머 시간이 다 돼간다.

잔을 내려놓고 마지막 짝을 타닥 누른다.

다음 단계가 열리길 기다린다. 어라? 내가 누른 '타닥', 중 '닥'이 제대로 안 눌렸나 보다. 계속 깜빡이며 눌러주길 기다린다. 허걱! 하며 급하게 손을 뻗지만 칼같이 게임 오버.

굳이 그 시간에 여유 부리지 않아도 되는데 괜한 밀당을 할 때가 있다. 별 필요 없는 짓이다. 아예 게임이 다 끝나고 천천히 커피 마시면 될 걸...


넷째, 딱 하나의 고비만 넘어보라. 그다음은 술술 풀린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장애물이 많다. 벽에 막혀 직선으로 3번 꺾어 짝에게 도달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이쪽저쪽 짝을 맞춰 눌러도 깨지지 않는다. 슬슬 약이 오른다. 열이 받으면 더 안 보인다. 그때, 어찌어찌 하나가 딱 깨진다. 그 하나의 블록이 깨지면 막힌 포문이 열리듯 그다음은 술술 쉽게 깨진다.


딱 하나, 그 고비를 잘 넘기면 된다. 지독하다 싶은 위기를 무사히 넘기면 그다음은 다 잘 풀릴 거다. 실제로 잘 풀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위기를 겪어 봤기에 작은 고난쯤이야 쉽게 넘길 수 있는 배짱이 생긴 걸 수도 있다. 고비를 맞았을 때, 이것만 넘으면 된다는 마음이면 좀 수월하지 않을까.


다섯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유난히 힘든 단계가 있다. 한눈에 짝이 딱딱 보여야 하는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눈에 안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러면 아, 여기서 끝나겠구나...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힌트를 있는 대로 쓰고 눈알을 맹렬하게 돌려도 끝이 예상된다. 하... 오늘의 마지막 판인데... 타이머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짝은 아직 서너 개가 남았는데 길은 장애물에 막혀 깨지지 않는다. 등줄기에서 땀이 쭉 난다.


여기까지구나.

마음은 포기했지만 매일 단련된 손꾸락은 포기하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아도 같은 모양을 찾아 눌러댄다. 타이머가 끝났다. 에이, 오늘은 여기까지네.


하지만 기적적으로 다음 단계가 열린다. 내 손꾸락이 다 깨부순 것이다!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은 내 손꾸락에 박수를!  


쓰고 보니 웃기다.

사천성 게임에서 인생의 팁을 골라낸 것이. 역시 단순한 상태가 되어야 더 많은 것이 떠오르나 보다.

ok캐시백 앱에서 이 글을 보고 사천성을 치하한 공로로 무료 두 판 정도만 추가 제공해 주면 마음의 여유가 좀 더 생길터인데~




이전 09화 요리를 해 주었다. 내가 나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