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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Mar 16. 2021

그림책과 클래식

글쓰기를 할 때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음악도 하나의 스토리이기에 음악의 이야기 속으로 훅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글에 집중할 수가 없다.

2년 정도 동화 쓰기에 몰두했던 터라 음악을 제대로 들을 새가 없었다.


얼마 전부터 다시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림을 시작한 거다.

생애 처음 그림책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림책 작가'는 나의 꿈이다.


꿈을 위해 그동안 그림(유화)을 그렸고 동화를 썼다. 이 두 가지를 따로 진행했다. 이제 둘을 합쳐야 하는 거다.

그런데 그림책 그림은 유화와는 많이 달랐다. 유화를 그리는 식으로 그림책을 만든다면 몇 년에 한 권이 나올까 말까 할 것이다. 그리는 속도가 늦은 내 경우에 그렇다.


그림책 그림은 다른 스타일로 익혀야 했다.

수채화, 색연필, 오일파스텔, 아크릴... 여러 재료를 사용해 봤다. 손에 잘 익고 효과도 극대화되는 재료를 찾아봤지만 잘 없었다. 하긴 재료가 무슨 문제랴? 내 손이 문제지.

아이패드 드로잉처럼 요즘 많이 하는 디지털 일러스트를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아직 이렇다 할 재료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일 년 전, 어느 그림책 공모전에 도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세상에, 일 년이 얼마나 후딱 지나가는지...

공모전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찔끔찔끔 재료들을 사다 놓고는 멀찍이 떨어져서 팔짱 끼고 쳐다보고만 있었다.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시간이 정말 임박했다. 이젠 하루에 한 장씩 그린다 해도 될까 말 까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미루다 미루다 발등에 불 떨어져서야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건 고도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사실 지금 이 시간에도 붓을 들어야 마땅하지만 잠깐 쉬어가는 거다. 아이러니한 것이 글을 써야 할 땐 그림으로 풀고, 그림 그려야 할 땐 글로 푸는 격이다.


여하튼 그림을 그리면서 음악을 다시 듣게 되었다. 그림은 구상할 때를 제외하고는 단순, 아니 복잡 노동의 시간이 길기에 음악이 약이 된다.

음악은 주로 라디오를 듣는다. 에너지가 있을 땐 설정해둔 채널을 돌려가며 듣는다.

9시 kbs 클래식 FM 김미숙의 가정음악, 12시 EBS FM 윤고은의 북카페, 2시 이승열의 세계음악기행, 6시 KBS 세상의 모든 음악.

보통은 KBS 클래식 FM에 고정이다.


난 클래식을 좋아한다.

클래식은 과연 클래식이다.

며칠 전 음악 하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이 음악에 푹 빠져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 예전엔 한 음악을 반복 청취하는 사람을 이해 못했는데, 세월이 가니 사람이 변하는 것 같다.


이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차츰차츰 진행 중이다.

그림책에 들어갈 그림을 공모 마감일 전까지 다 그릴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다시 붓을 들어야 할 시간이다.


** 내가 홀릭한 음악을 소개드린다.

이 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곡이다.  

슈만_ 피아노 콰르텟 E플랫 Op.47.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일명 첼로계의 G선상의 아리아. 슈만이 신혼 초에 작곡한 곡이다. 클라라와 사랑의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아름다운 곡 들어보시길.

 https://youtu.be/qCvcLQot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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