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엄선해서 일 년에 두세 편 봅니다.그중 특별히 찜콩해 두었던 [나빌레라]를 이틀 만에 정주행 해버렸답니다. 오죽하면 후기까지 쓸까요.
후기라고는 처음 써보기에 '시청 전 유의사항'과 '이런 분에게 추천' 두 가지로 간략히 갈음하겠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보기 전에꼭 숙지해야 할 유의사항이 있답니다.
1. 체력이 없으신 분은 먼저 체력 보충부터 하세요. 뒷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한데도 도저히 재생 버튼을 누를 수 없었습니다. 우느라 진을 너무 빼버려 체력이 떨어지더라구요. 드라마 보면서 뭘먹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가슴이 벅차고 목이 메어 아무것도 먹을 수 없거든요.
2. 우는 모습을 들키는 게 부끄러우신 분들은 꼭 혼자 보셔요. 슬쩍 눈물 훔치면 된다고요? 그건 아니되오. 버티고 버티다 결국 꺼이꺼이 오열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드라마 한 편이 끝났는데도 한참 동안 입을 틀어막고 흐느끼게 되실 겁니다. 부드러운 티슈 옆에 갖다 두시는 거 잊지 마세요. 각오하고 시작하세요.
3. 다음 날 중요한 일이나 만남을 앞둔 분들에겐 권하지 않습니다. 눈이 팅팅 붓는 건 기본이고 코와 휴지의 잦은 접촉으로 콧잔등이 홧홧하고 콧구멍이 아린 증상에 시달리실 겁니다. 목도 싸하지요. 콧방울의 표피가 벗겨질지도 모르니 유의하세요.
이 정도만 숙지하시면 충분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축구에서 발레로 진로변경을 한 23세 채록(송강 배우)과 어린 시절 꿈꾸던 발레를 배워보고 죽겠다는 각오로 무작정 연습실의 문을 두드린 70세 덕출(박인환 배우)의 브로맨스를 그린 작품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꿈'을 다룬 스토리를 좋아해요. 그래서 영화 라라 랜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좋아하지요. 나빌레라에서는 채록과 덕출의 같고도 다른 꿈이 펼쳐집니다.
이 작품은 이런 분들이 보시면 좋겠어요. (미미한 스포일러 주의)
1. 꿈을 가진 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어요. 70의 나이에 그것도 발레를 시작하는 할아버지. 나이와 체면 때문에 망설였지만 그 모든 걸 이겨내는 강렬한 열망으로 발레 연습실에 입성하지요.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치열한 연습을 통해 따라주지 않는 몸을 단련시키고, 긍정적인 마음과 친화력으로 주위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지요.
'발레' 그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과 느리지만 '기본'을 탄탄하게 쌓아가는 그 단순한 과정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답니다.
발레를 하는 박인환 배우의 섬세한 손끝과 그윽한 눈빛, 앙증맞은(?) 발끝을 보며 그의 연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첫 주연작이라는 믿지 못할 이야기도 있더군요.
거기다 하! 바라보는 내 영혼까지 맑아질 듯한 아름다운 청년 송강 배우는 또 어떻고요.
2.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요.
덕출과 그의 아내 해남(나문희 배우)은 진정한 어른의 본보기 같은 분들이에요. 자식들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에 대해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덕출의 친구나 손녀 등 젊은이들을 대하는 인생 선배로서의 모습에서도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답니다. 꿈 때문에 고민하거나 꿈이 없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합니다. 자기 자식 뿐 아니라 채록을 괴롭히던 양아치 친구에게도 선한 오지랖을 부리지요. 품안의 자식에만 몰입하기 마련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답니다.
3. 연세 많은 부모님을 둔 자식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사실 덕출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고 이를 알게 된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언제고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남의 일 같지 않게 몰입이 되었어요.
데면데면한 가족들끼리 겪는 위기에서도 주목해야할 팁을 찾을 수 있답니다
4. 내일 하지 뭐, 다음에 하지 뭐....라고 걸핏하면 미루는 프로 게으름뱅이에게 추천합니다.
지금의 소중함. 다음은 없다.... 를 뼈 때리게 느끼도록 해 줄 겁니다.
5. 방황하고 좌절하는 청춘들에게 강추합니다.
좌절의 순간,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 바닥을 찍는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다시 바닥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수많은 명대사 중 하나만 투척합니다.
"너도 날아오를 수 있어!"
나빌레라. 단연 최고의 드라마입니다. 정주행한 지 며칠 지났는데도 감동의 도가니탕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까요. 연기는 물론이고 연출과 음악까지 버릴 게 없답니다.
알맹이가 빠진 듯한 다소 허접한 후기지요? 핑계라면 핑계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어떤 작품이든 후기를 미리 보지 않거든요. 알짜배기 정보가 다 들어있어 보기 전에 김이 빠지더라고요. 그런 김 빠짐을 방지하기 위해 널널하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