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두니 Jun 22. 2021

나는 언제 영감이 오는지 알고 있다

창작자에게 영감의 강림은 축복입니다.

누구나 흥얼거리는 유명한 노래도 순간의 영감으로 탄생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가사를 5분 만에 써 내려갔느니, 어떤 작품의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느니...


명곡, 명작 다 알겠는데 내 영감은 도대체 언제 오냐고요.

내 영감은 보통 깐깐한 게 아닙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는다고 찾아오는 타입이 아니더라구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갑니다.

산책을 나서는 거지요.

산책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핵심은 아무 생각 안 하는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걷습니다.

길가에 핀 들꽃을 보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습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뭉게구름이 지나는 하늘도 올려다봅니다.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바람도 실컷 맞습니다.

by duduni

자연 속을 거닐며 그 아름다움에 흠뻑 심취합니다. 발을 놀리며 몸을 움직이고, 오감을 열어 대자연을 흡수합니다. 그 속에 온전히 빠져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그러다 '휘리릭' 별 일 아닌 듯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어?! 잠깐! 거기 멈춰요!


지나가던 생각이 뒤돌아봅니다.

나 불렀소?
혹시..... 영감 님?

씩 웃으며 끄덕끄덕.

by duduni


뜨아! 드디어 영감이 왔습니다!!

막혀서 안 나가던 발상이, 아이디어가 팍 터져 나오는 순간입니다!

딱 떠오른 아이디어를 이리저리 굴려 봅니다.

그래! 이렇게 풀면 되겠어.


그 아이디어를 잊지 않도록 머릿속 아이디어 뱅크에 쏙 넣어둡니다.

집에 가자마자 꺼내 써야 하니까요.

 

by duduni


여기서 의문이 생기지 않나요?

아니 그럼, 벌떡 일어나 텅 빈 마음으로 무작정 산책만 나서면 영감이 찾아오냐고 묻고 싶지 않나요?

물론 그런다고 오지 않습니다.

중요한 하나가 전제되어야 하거든요.

by duduni


산책을 나서기 전까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요렇게 풀까, 조렇게 전개할까?

끊임없는 사색과 몰두의 시간이 쌓여야 합니다.

그 복잡하고 답답한 시간을 거쳐야만 텅 빈 순간에 영감이 찾아옵니다.


by duduni


어느 뇌과학 책에서 읽었습니다.

어떤 책인지 기억 못 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골똘하게 집중하는 시간은 내가 산책을 하거나 멍하게 있는 순간에도 무의식 속에 남아 있습니다.

잠재되어 있던 무의식은 머리를 비우는 시간에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무의식도 복닥복닥한 걸 싫어하나 봅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명상의 시간, 산책의 시간에 발현되는 것입니다.

 

by duduni


결국, 영감이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의 휴식 시간에 찾아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경우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 당연히 감안하실 테지만 소심하게 살짝 첨언합니다.)

어느 하나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둘 다 필요합니다.

영감의 강림, 그 축복을 누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이 나왔지요?


저를 포함한 창작을 하는 모든 분들께 영감의 축복이 있기를!!


by duduni
by duduni


 


    

   

이전 02화 처음 맞는 온라인 송년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