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함께 쓰는 글동무들이 있다. 이름하여 별별씨. 어언 십이 년의 시간을 같이 걷고 있다.
내 글을 가장 먼저 보여 줄 수 있으면서도 가장 보여주기 두려운 이들이다.
글을 쓰는 여정에서 글동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별별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그 길고 외로운 길을 이토록 오래 걸어올 수 있었을까.
내겐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과 동화를 가지고, 글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진 않는다. 글을 쓰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아는 친구는 별로 없다. 이런 내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별별씨다.
십이 년 동안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이도, 힘든 수술을 한 이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이도, 결혼과 출산을 한 이도, 퇴직과 이직에 도전한 이도 있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동선을 생각해 한 달에 한번 기차역 주변에서 정모를 연다. 아니, 열었다. 올해는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생각한 것이 줌을 이용한 온라인 정모였다. 몇 번 하다 다시 만날 수 있겠거니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별별씨에게 가장 뜻깊은 행사가 있었으니, 연말에 갖는 송년회다.
어떤 변화나 역경 속에서도 송년회는 꼭 가졌고, 모두가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정모 때는 뇌를 혹사시켜야 하지만 송년회 때는 그 모든 걸 내려놓고 그야말로 일 년의 성과와 노력을 자축하고 못 다했던 온갖 썰을 풀어놓기 때문이다.
송년회의 하이라이트는 선물 교환 타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줄 작은 선물들을 준비해 오기 시작했는데 이게 어느새 전통이 되어버렸다. 송년회 한 달 전부터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는 게 즐거울 정도였다. 각기 다른 선물들을 받아 늘어놓고 보면 어찌나들뜨는지.
이 중요한 송년회를 올해는 어쩐다? 고민하다가 온라인으로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
각자가 마실 알코올과 안주를 준비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배경을 꾸미고는 컴퓨터를 켜서 만나는 것이다. 어떤 송년회가 될지 몹시도 궁금했다.
저녁 8시. 난 제주 에일 맥주에 지코바 치킨을 차려놓고 줌에 접속했다. 가상 배경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정해 두고 빨간 옷을 입고 입장했다. 벌써 입장한 이들은 실제 알전구로 벽을 장식하기도 하고 은은한 금빛 조명의 가상 배경을 깔기도 했다.
각자의 와인과 맥주와 차를 소개하고 준비한 안주도 화면에 잘 보이도록 들어서 보여주었다. 과일과 치즈, 샐러드 파스타, 감바스... 다양한 안주가 보였다. 모두 잔을 들고 건배를 했다. 모니터를 향해.
온라인 정모를 이어온 터라 대화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한꺼번에 두 사람이 입을 떼게 되면 한 사람이 양보를 하고 기다리면 되었다. 한 달 동안 참았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실제 마주 보고 앉은 것보다야 못하지만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것에 충분히 만족스럽고 감사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사진이나 정보가 있으면 톡이나 화면으로 공유했다. 이야기는 쉬이 끊이지 않았다. 컴퓨터 앞에서뭘 이렇게 오래 하나, 하고 생각할 오프라인의 가족들을 생각해 아쉬운 작별을 했다.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코로나 시대, 온라인 송년회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금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송년회는 어느 분위기 좋은 맛집에서 진행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녕 그랬으면 좋겠다. 마스크를 벗고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간절히 바란다.